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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y 08. 2020

의외로 잘 팔리는 쓰레기 가방

쓰레기로 만든 프라이탁

유니크함과 미닝 아웃의 상징, 프라이탁


언제부터인가 길에서 프라이탁(FREITAG)이라는 검은색 패치가 붙은 가방을 맨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과 비교하자면 최근에는 더 늘어난 것 같기도 하고요. 프라이탁(FREITAG)이라는 패치가 붙은 가방들은 색깔이나 디자인은 모두 달랐지만 비슷해보이는 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웬만해선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이 튼튼해 보이는 천으로 만들어졌다는 점. 두 번째는 어디서 묻혀 온 건지 알 수 없지만 더럽다는 점이었습니다. 



F13 TOPCAT



제가 봤던 프라이탁의 첫 인상은 이렇게 두 가지였습니다.


  

튼튼해 보이는데 더럽다.  

 

업싸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     


프라이탁(FREITAG)은 트럭을 덮는 방수천이나 안전벨트와 같은 산업 폐기물들을 이용하여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의 브랜드입니다. 창업자는 마커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두 사람은 형제입니다. 비행기를 만들어냈다는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 형제가 떠오르지 않나요? 


프라이탁 형제


프라이탁 형제는 비가 내리는 날마다 가방 속에 들어있는 스케치북이 젖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러다 트럭에 놓인 짐들이 비에 젖지 않도록 트럭 겉면에 씌우는 방수천을 발견하게 되었죠.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트럭 운송 회사에 가서 쓰다 남은 폐방수천을 얻어와 집에서 그들의 첫 번째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만들었던 디자인이 현재 프라이탁의 스테디셀러 메신저백인 ‘F13 TOPCAT’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프라이탁 형제의 창업은 지금까지 전 세계 60여 나라로 확대되었고 400개 이상의 직영 및 편집샵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사업이 되었습니다. 매년 25만개 이상의 가방이 팔리는 ‘힙한’ 브랜드로 자기매김하게 되었죠.


Qtea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프라이탁의 모든 제품들은 폐품들을 활용해서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보통 더 이상은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못 쓰게 된 물건을 폐품이라 말하죠? 또는 쓰레기라고 부르고요. 프라이탁은 쓰레기들의 자식입니다. 이걸 조금 더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바꿔볼까요? 업사이클링(up-cycling)입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폐현수막, 남은 옷감, 폐목재 등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입니다.


  


▶ 업사이클링(Up-cycling)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가진 상품으로 만드는 것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에서 하고 있는 게 바로 업사이클링입니다. 가방 겉면은 트럭의 방수천을 이용해 만들어집니다. 가방 끈은 버려진 안전벨트를 이용해서 만들어지고요. 이 밖의 부분들도 자동차나 자전거의 타이어와 같은 폐품들을 재가공해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더러울 수밖에 없겠죠? 물론 프라이탁 나름의 세척 과정을 거치긴 합니다. 하지만 사용 된지 5년 이상 된 방수천만을 재가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다보니 새 것처럼 깨끗할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프라이탁 편집숍에 가볼 기회가 있다면 한 번 살펴보세요. ‘더러운데 깨끗하다.’라는 역설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을 겁니다.

  

https://www.freitag.ch/en
https://www.freitag.ch/en







더럽고 비싼 프라이탁을 왜 살까?


문장을 잘 읽으셔야 합니다. 저는 절대 ‘더럽게 비싼’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더럽고 비싼’이라고 했습니다. 위에서 프라이탁의 가방들이 더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그럼 이제 ‘비싸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되겠네요.      


실제로 프라이탁의 가방들은 비쌉니다. 스몰 사이즈의 백팩 모델이 288,000원, 미디엄 사이즈는 346,000원입니다. 백팩의 모양이 조금 더 독특해지고 크기가 커질수록 그 가격은 382,000원, 446,000원, 468,000원으로 점점 높아집니다. R522 TSCHINGEL이나 R521 COOLIDGE이라는 모델은 600,000원은 줘야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최저시급인 8,590원으로 계산해보면 70시간 정도 일해야만 프라이탁 백 팩 하나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물론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들에 비할 순 없지만 비싸긴 비쌉니다.


https://www.freitag.ch/en
https://www.freitag.ch/en

      



프라이탁은 더럽고 비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방을 사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저는 그 이유를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특별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함이라는 단어로는 조금 부족한 것 같네요. ‘아주’ 특별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유니크(unique)’라는 단어가 제 생각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당할 것 같습니다. 프라이탁은 유니크합니다. 유일하고, 독특하고, 훌륭합니다. 



유일함      


프라이탁의 가방들은 폐방수천을 이용해 만들어집니다. 공장에 방수천을 주문하고 납품받아 만들어지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어떤 디자인의 방수천이 나오게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방수천의 오염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가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인 것이죠.


같은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지금 내 눈에 있는 이 제품을 오늘 사지 못하면 다음에 똑같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없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모델은 있을지라도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 가방과 완벽하게 똑같은 가방은 없으니까요. 프라이탁 앞에는 ‘오직 하나’, ‘유일한’, ‘Only’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희소성 있는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프라이탁을 선택합니다.

 

독특함     


프라이탁과 비슷하게 생긴 가방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방수천을 주문해서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낸다면 아마 지금 판매되고 있는 가격에 반값에도 팔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프라이탁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폐품들을 모아 가방을 만듭니다. 이 원칙을 어겨버린다면 이 가방은 프라이탁이 아니라 방수천 가방이 되 버릴 테니까요. 또한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공장에서 모든 공정 하나하나를 직원들의 손으로 직접 진행합니다. 방수천을 세척하고 재단하는 것까지 말이죠.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인건비가 많이 듭니다. 그래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죠.

    

https://www.freitag.ch/en


하지만 프라이탁은 이 과정을 고집합니다. 쉬운 길이 있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일부러 어려운 길을 선택해 걸어갑니다. 프라이탁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이런 독특한 스토리를 통해 브랜드를 더 신뢰하게 됩니다.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친환경’이라는 의미(meaning)에 공감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건 프라이탁의 다른 모델을 구입하는 소비로 이어집니다. 일종의 미닝아웃(meaning out: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소비를 통해 표현하는 것)입니다. 


훌륭함      


프라이탁에서 나온 가방들은 쓰레기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의의로 품질이 훌륭합니다. 우선 방수천이 타폴린(tarpaulin)이라는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방수가 무척 잘 됩니다. 비오는 날에 딱이죠. 프라이탁 가방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요? 그럼 이걸 떠올리면 됩니다. 고속도로에서 가끔씩 봤던 트럭을 감싸고 있던 파란색 방수 커버. 어때요? 물이 샐 일은 없겠죠? 그리고 잘 찢어지지도 않습니다. 튼튼하죠. 또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져서 마감도 좋습니다.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1993년에 만들어져 그렇게 역사가 긴 건 아니지만 어느새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프라이탁 형제가 이 시간동안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유니크함 때문입니다. 유일하고, 독특하고,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https://www.freitag.ch/en

   

유니크한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브랜드들은 대부분 유니크합니다. 나의 브랜드를 좋은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면 프라이탁 형제의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에서 유일함, 독특함, 훌륭함을 배워오는 건 어떨까요?



Reference

"쓰레기로 만든 가방 사세요"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








https://brunch.co.kr/@edoodt/42

https://brunch.co.kr/@edoodt/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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