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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y 14. 2020

자꾸 애플 제품만 사는 이유

애플빠들은 소속감으로 뭉쳐있다.


애플에서 아이폰 12에 300만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아마 살 사람들은 다 살 겁니다. 


애플빠들에게 애플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죠.


애플빠들은 소속감으로 뭉쳐있습니다.



 빠  

   


‘~빠’는 어떤 인물이나 대상의 지지자들에게 붙이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면 ‘방탄빠’, 박보검을 좋아한다면 ‘보검빠’ 라고 부르는 식이죠. 자, 그럼 잘 이해했는지 문제를 하나 내볼까요?


‘애플(Apple)’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지지자들을 어떻게 부를 것 같나요? 맞습니다. 가장 흔하게 불리는 이름은 ‘애플빠’입니다. 혹자들은 ‘사과빠’, ‘능금빠’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애플이라는 브랜드에는 이처럼 든든한 지지자들인 ‘애플빠’들이 많습니다.


Photo by an_vision on Unsplash


‘애플빠’들의 로망이 뭔지 아시나요? 사과농장을 차리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 진짜 사과는 아닙니다. 사과 로고가 박힌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아이맥, 에어팟과 같은 애플 제품들을 하나하나씩 모아서 패키지를 꾸리는 것. 애플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걸 사과농장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애플에서 출시되는 제품들은 비슷한 성능의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빠’들은 구입하는 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애플이 짱이야!”라며 무조건 애플을 구입하는 충성고객들이 많습니다. 새로운 애플 기기들이 출시될 때마다 애플 스토어에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이제는 흔한 광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실제로 아이폰 11이 출시되던 날, 강남 신사동 애플 매장에는 기다리는 줄만 100미터가 넘었다고 합니다. 

     






애플 제품이 인기 있는 두 가지 이유     


애플이라는 브랜드에는 왜 이렇게 ‘충성 고객’들이 많은 것일까요? 


물론 각자 선호하는 이유는 다들 다르겠지만 저는 그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봤습니다.

 

     

첫 번째, 심플한 디자인    


애플이라는 기업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스티브잡스가 가지고 있던 디자인 철학 때문입니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했던 스티브잡스는 진정으로 단순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고민했습니다. 좋은 기술이 집약된 전자 제품에 디자인‘도’ 멋진 제품을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을 먼저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디자인 속에 첨단 기술을 구현해내도록 엔지니어들을 독려했습니다.


Photo by Jan Losert on Unsplash

     

Photo by Gustavo Espíndola on Unsplash


개발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들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스티브잡스의 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 맥북 에어(Macbook air)는 그의 이런 생각에 의해 만들어 지게 되었습니다. 아이패드, 아이폰 모두 마찬가지죠. 애플에서 나온 제품들을 보고 있으면 ‘Simple is best.’라는 문구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애플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애플을 선택하는 1번 이유로 꼽습니다.       



두 번째, iOS     


iOS는 애플에서 개발한 운영체제입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아이맥 등에서 사용되고 있죠. Windows만 사용하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입니다. 또한 삼성이나 LG에서 판매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도 생소하죠. 두 회사에서는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애플 기기를 구입하게 되면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해합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시스템과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이제는 많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아이폰에서 느껴지는 생소함은 조금 덜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맥북이나 아이맥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답답해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기가 어려우니까요.     


Photo by Roberto Nickson on Unsplash


iOS는 애플만의 세상입니다. 일반적인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동안 익숙하게 생각해오던 파워포인트나 엑셀, 한글,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애플에는 없습니다. 대신 keynote, numbers, pages, safari가 있습니다. iOS 기반의 IT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익숙해졌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새로운 물에서 놀아야 합니다.      

‘애플빠’들은 이 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프로그램이 아닌 조금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것. 거기에서 그들은 특별함을 느낍니다. 물론 타인들과 나를 구분 지을 목적으로만 그 프로그램들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워포인트, 엑셀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가지지 못한 것을 keynote, numbers는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iMovie나 Final cut, Garageband와 같은 강력한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자 iOS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애플빠들은 소속감으로 뭉쳐있다     


사실 ‘~빠’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는 아닙니다. 오히려 속된 표현에 가깝죠. 하지만 애플의 충성 고객들은 스스로를 ‘애플빠’라고 부르는 것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하죠. 저는 그래서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습니다.



 애플빠들은 애플을 사용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다. 


그리고 애플 제품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물건 이상의 소속감 같은 걸 느끼게 해주는 게 아닐까?’라고요. 


이런 제 생각을 실제로 연구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16년에 영국에서 발표된 국제 학술지 ‘사이버심리학, 행동 및 사회적 네트워킹(Cyberpsychology, Behavior, and Social Networking)’에 담긴 ‘성격과 개성에 따른 스마트폰 운영체제 예측’이라는 논문 속에 그 내용이 기술되어있습니다. 논문의 내용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 비해 스마트폰을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위에서 이야기했던 소속감과 연결되는 내용이지 않나요?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애플 제품은 나의 취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입니다. 


“나는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미적 감각을 가졌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소프트웨어를 다루는데 익숙해.”와 같은 이야기를 구구절절 내 입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파우치에서 맥북을 꺼내 엄지손가락 지문으로 잠금을 해지하면 끝이죠. 이렇게 애플 제품들을 사용하면서 ‘애플빠’라는 집단에 소속되게 됩니다. 이런 소속감은 자연스럽게 다른 애플 제품들의 구매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고요. ‘애플빠’들 중에 누구도 처음부터 ‘사과 농장을 만들어야지.’와 같은 버킷리스트를 가진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나씩 쓰다 보니 더 진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자연스럽게 사과농장을 꾸리게 되는 것이죠.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가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값이 아무리 올라도 그것을 구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심리적 만족감이 더 높아져버렸으니까요. 그냥 애플이면 믿고 사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애플빠들에게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Photo by Slim Emcee on Unsplash



내 브랜드를 더 나은 브랜드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내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소속감’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도록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그 가격이 얼마든 값을 지불하게 됩니다. 그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니까요. 단순히 그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됩니다. 이 대목에서 문득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이야기했던 욕구의 5단계 중 세 번째 단계인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사회적 욕구)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애플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매커니즘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내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게 하려면 나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볼 수 있을까요?





Reference

Predicting smartphone operating system from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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