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li May 15. 2020

스타벅스는 끝났다. 이제 0000의 시대




이게 그냥 커피라면, 이건 TOP야. 





맥심 TOP 커피 광고에서 배우 원빈이 상대역이었던 신민아에게 키스를 하면서 던졌던 멘트입니다. 그 시절 이 멘트 때문에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들이 두근거렸죠. 다시 들어도 설레네요.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뉴욕타임즈(NYT)에서도 이와 비슷한 표현을 했습니다.       


스타벅스가 마이크로소프트라면 블루보틀은 애플이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이 내용 덕분에 블루보틀은 커피업계의 슈퍼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일본을 넘어 한국에 상륙하게 되었죠. 서울 성수동 뚝섬역 1번 출구 앞에 블루보틀 1호점이 오픈하던 2019년 5월 3일. 그 앞에는 대기자만 12,000명 이상이 몰렸다고 합니다. 애플에서 신제품을 발매할 때 신사동 애플스토어에 줄을 서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죠? 오픈 한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언제나 줄을 서야 합니다.


Photo by Varun Gaba on Unsplash






      

블루보틀의 시작


블루보틀은 전직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James Freeman)이 창업한 브랜드입니다. 블루보틀의 창업자가 커피와는 교차점이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예술가였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블루보틀은 제임스 프리먼의 집 주변 장터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던 그는 자기가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가지고 장터에 나가서 핸드드립 커피를 팔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통 시장에서도 젊은 청년이 시장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파는 광경 많이들 보셨죠? 아주 작은 리어카나 가판대에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주면서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뿜어내는 그런 분들. 2000년 무렵의 제임스 프리먼이 딱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영세하게 시작했던 창업이 지금은 미국을 넘어 일본에만 10개의 매장, 한국에도 5개의 직영점을 오픈하게 되었죠. 그뿐만 아니라 커피 프렌차이즈 업계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잠재력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서울을 넘어 지방에도 블루보틀 직영점들이 많이 생겨나게 될 것 같고요.


commons.wikimedia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는 어떻게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요? 스타벅스 독식 체제의 커피 프렌차이즈 업계에서 블루보틀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본질에 집중한다.”라는 말은 기업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너무 많이 들어 “또 본질 타령이야?”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흔한 이야기죠. 하지만 아쉽게도 또 본질입니다. 카페의 본질은 커피의 향과 맛입니다. 블루보틀은 진정으로 ‘커피’ 하나에만 집중했습니다.






블루보틀의 세 가지 진정성


제가 블루보틀이 본질에 집중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하나, 로스팅 후 48시간 이내의 원두로 커피를 만든다.


“나는 로스팅 후 48시간 이내의 커피를 고객들에게 판매할 것입니다.(I will only sell coffee less than 48 hours out of the roaster to my guests.)” 블루보틀의 홈페이지 등장하는 브랜드 스토리입니다.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저 같은 사람도 48시간이라는 숫자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48시간 안에 마셔야 가장 맛있나보구나?”, “48시간이 지나면 커피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건가?”


Photo by paje victoria on Unsplash


실제로 원두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48시간까지는 맛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3일째 되는 날부터는 조금씩 맛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 원칙을 지키기기 위해서는 원두를 로스팅하는 장소와 커피를 판매하는 매장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합니다. 문어발식으로 매장을 확장해가기 어려운 구조죠. 하지만 블루보틀은 여전히 이 원칙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여기겠다는 일종의 집념입니다.


둘, 하나의 사이즈로만 판매한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카페에는 세 가지 종류의 음료 사이즈가 존재합니다. 스몰, 미디움, 라지. 스타벅스에는 숏, 톨, 그란데, 벤티. 이렇게 네 가지 종류가 있고요. 저 같은 경우는 스타벅스에 가면 어떤 커피를 마실지도 고민되지만 어떤 사이즈로 마셔야하는지도 결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Photo by Tyler Nix on Unsplash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음료의 크기마다 그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이즈별로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샷과 물, 우유의 비율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러다보니 맛도 달라지죠. 톨 사이즈 라떼의 맛과 벤티 싸이즈의 라떼의 맛은 다릅니다. 그런데 블루보틀에서는 커피의 사이즈 때문에 고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컵 사이즈가 하나로 정해져있기 때문입니다. 바리스타들이 최상의 맛을 만들어내는 비율이라고 생각하는 하나의 사이즈만 판매합니다.     


셋, 10분 이상 걸리는 핸드드립 커피를 판매한다.     


카페뿐만 아니라 초밥집, 중국집, 한식집, 양식집을 막론하고 모든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회전율입니다. 먼저 왔던 손님이 빨리 먹고 나가야만 다음 손님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고객들이 빠르게 바뀌어야만 사장이 돈을 벌 수 있죠. 그래서 대부분의 가게들은 어떻게 하면 회전율을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미리 모든 재료를 준비해 놓은 다음 손님의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내줄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Photo by Tyler Nix on Unsplash
Photo by Tyler Nix on Unsplash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 드라이브 쓰루. 이 두 가지 서비스 모두 그 밑바탕에 깔린 생각은 동일합니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물론 고객들을 기다리게 만들지 않겠다는 서비스 정신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요. 여하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3분 안에 커피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굉장히 경제적이죠. 하지만 블루보틀은 다릅니다. 철저히 비경제적입니다. 한 번에 한 잔씩 원두를 천천히 적시며 바리스타들이 손으로 직접 커피를 내립니다. 10분에서 15분 정도가 걸리죠. 회전율만 놓고 보자면 완전 꽝입니다. 하지만 블루보틀은 ‘슬로우커피’라고 할 수 있는 이 방식을 고집합니다.     




어떤 브랜딩 전문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브랜딩은 본질을 지켜가는 것에 있다고. 다른 전문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본질이 아닌 것들은 다 빼버리고 본질만 남겨야 한다고. 물론 말로는 정말 쉽습니다. 하지만 본질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나 철학적이기 때문에 쉽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저는 본질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게 빠지면 말이 되지 않는 것



출처 l Shinya Suzuki


커피 전문점에서 품질 좋은 커피가 빠지면 더 이상 커피 전문점이 아닙니다. 그럴듯하고 있어 보이면서 사진 찍기 좋은 공간만 있는 곳은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포토 스팟입니다. 블루보틀의 매장은 그야말로 심플 그 자체입니다. 멋진 인테리어나 소품들이 아니라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맞춰져 있죠. 더구나 다른 카페들과 다르게 노 피시(No PC), 노 와이파이(No wifi)존을 고집합니다. 이 공간 속에서는 바리스타와 마주보며 온전히 커피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게 바로 본질을 지켜가는 게 아닐까요?

      

이게 바로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가 ‘슬로우 커피’라는 방식을 고집하면서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Reference

블루보틀은 왜 커피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릴까?

블루보틀 성공의 법칙 7







이 글에 관심있는 분들이 좋아하는 글

https://brunch.co.kr/@edoodt/42

https://brunch.co.kr/@edoodt/46

https://brunch.co.kr/@edoodt/44




매거진의 이전글 자꾸 애플 제품만 사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