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조치에 대해서
학부모: 선생님, 길동이 저희 애 앞에서 아예 안보이게 해주세요.
학폭전담교사: 아 어머니.. 그게.. 쉽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신고가 접수되면, 학폭 담당교사는 피해관련학생에게 가해관련학생과의 분리조치 의사를 묻는다. 분리조치란 말 그대로 피해학생이 심리적, 정신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추가적인 폭력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관련학생과 가해관련학생을 떼어놓는 것이다. 맹점은 이러한 분리조치를 피해관련학생의 의사에 의존하에 진행한다는 점이다.
학교 폭력 제도 안에서 분리조치는 사안신고 즉시 7일 간 시행하게 되어있다. 사안조사가 끝나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신고즉시이기 때문에 아직 사안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분리조치를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분리조치 시행 시점에서 '가해관련학생'이 정말 '가해자'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해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분리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적극적 분리조치란 가해학생을 가정학습을 하게 한다거나, 아니면 별도의 교실을 마련하여 지원교사가 들어가는 방식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적극적 분리조치를 위해서는 '가해자'임이 너무나 명백한 상황이여야 하고, 특히 그 가해 수준의 심각함이 누가봐도 이해 가능해야 한다. 예컨대 주먹으로 친구를 쳐서 코피가 철철 난다던가 하는 명백한 폭력 상황말이다.
가해학생임이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관련으로 신고당한 학생을 다른 장소로 분리하는 경우 학교는 민원 폭탄을 맞을 소지가 농후하다. 그뿐인가 학폭담당교사나 담임교사는 아동학대로 고소되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분리조치를 대체로 '교실 내 분리' 방식을 택한다. 1모둠에 피해관련학생이 앉아 있다면 1모둠과 멀찍이 떨어진 6모둠 즈음에 '가해관련학생'을 앉히는 방식이다. 같은 교실 안에서 일종의 접근금지를 실현하는 것이다. 급식시간 같은 경우도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피해관련학생은 담임선생님 근처에서 식사를 한다던가 하는 방법을 택한다. 쉬는 시간에도 대체로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당부' 한다.
솔직하게 한 공간에 가깝게 있지만 그저 거리만 멀게 떼 놓는 방식의 분리조치가 대부분인 것이다.
게다가 반이 달라질 경우 분리조치는 더 유명무실해진다. 이미 수업받는 공간이 다르기 때문에 가해관련 이든 피해관련 이든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범위에서 분리조치가 시행되고 종료되는 것이다. 게다가 분리조치는 학내에서 시행되는 것이지 교외의 문제까지 포괄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도 보도 된 적이 있기에 공유한다.
학폭 분리조치 있으나 마나… 학교 가기 두려운 피해자들 < 대전 < 기사본문 - 충청투데이 (cctoday.co.kr)
학교폭력 사안신고 접수를 받을 때, 분리조치 동의 여부를 물으면 학부모는 대체로 '강력한 분리'를 생각한다. 피해관련학생의 눈 앞에서 가해관련학생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이런 범위 말이다. 하지만 대체로 초등학교 수준에서 분리조치란 학습권이 모두 보장된 상태에서 대체로 접근만 물리적으로 막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아주 솔직한 입장으로 그렇게 실효성이 있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학교폭력 제도는 점점 학교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명문화만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