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경찰서에도 신고할 수 있어요.
선생님, 00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학교폭력의 경우 교내 뿐만 아니라 교외에서도 신고가 가능하다. "2024학년도 서울시교육청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교외 신고방법은 "112 경찰청,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 학교전담경찰관"이 있다.
업무를 하다보면 간혹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 교사에게 학교폭력 사안을 알리지 않고 바로 117이나 112에 신고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이러한 절차는 충분히 가능하고 학교에서도 공식적으로 안내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런데 문제는 앞선 포스팅에도 밝혔듯이 초등학생은 그 연령이 범법소년과 촉법소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현행법상 경찰서에서 사안을 다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실상
학생이나 학부모가 112나 117에 사안 신고를 하면, 학교전담경찰관을 통해 다시 그 학교의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에게 전달된다.
가끔 학부모 중에서는 학교에 직접 신고하는 것보다 경찰서에 신고를 하게되면 가해자 처벌이 더 강해지거나,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여 경찰서에 직접 신고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물론 고등학교의 심각한 폭력 사안의 경우 사안이 좀 다를 수 있겠으나 초등학교의 경우는 학교폭력을 법령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학교 내의 학교폭력 제도이기 때문에 학교에 사안을 신고하는 것과 그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117이나 112에 신고를 하면 학교전담경찰관이 다시 학교에 그대로 전달해주고 학교에서 사안처리를 하게 된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학생 및 학부모에게 112 및 117 신고에 대해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담임선생님이나 학교 업무담당자가 아닌 외부 기관에 신고한 경우에 그 경우를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학교폭력 사안을 더 강력하고 심각하게 다뤄주길 바라는 심정
2. 사안이 다급해서 급하게 신고한 경우
3. 학교 업무 시간이 끝났는 데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고 즉각 신고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을 때
4. 학교에서 몇 번 이야기 해 보았으나 사안이 해결 되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
5. 학교폭력을 겪고 있으나 학교에 말하기 두렵거나 심리적 장애를 느낄 때
물론 경미한 사안이나 생활교육 사안을 112 및 117로 신고하는 것 보다는 담임교사 및 학교폭력 전담교사와 상의하는 것이 그 교육적 효과가 크다. 하지만 2, 3, 4번의 경우에는 외부 신고를 통해 사안을 알리고 대응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얼마 전 부산에서 6학년 학생이 자살한 기사를 떠올렸다.
"학교폭력 호소하다 숨진 6학년 딸…억울함 밝혀야" (sbs.co.kr)
고학년 여학생들에게 친구관계는 상당히 예민한 문제이고 이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 학생들도 많다. 만일 이 안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 것이라면 아이가 받았을 상처는 매우 컸을 것이다. 기사를 읽어보니, 숨진 학생의 사안아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사후신고가 이루어졌고 사안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담임선생님에게 선뜻 말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적어도 112와 117이 생각나 그 번호로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용기라도 생긴다면 이런 안타까운 일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초등교사로서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더 이상 이런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