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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 Mar 07. 2024

범법이와 촉법이

학교는 왜 소극적이 되었나

2024.03.01.을 기점으로 학교폭력에 '전담조사관' 제도가 생기게 되었다. 기존에는 학교폭력 사안신고가 접수되면 각 학교 내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중심으로 업무전담교사 등이 가해 및 피해관련 학생을 면담하고 사안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2023년에 서이초 사건과 같이 학교폭력이 학교와 교사를 얼마나 멍들게 하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학교폭력 사안이 신고되면 외부의 전담조사관이 파견되어 사안조사를 대신하는 제도가 시행되게 되었다. 이 제도의 맹점에 대해서는 후술하고, 그렇다면 초등학교 학교폭력 제도에서 왜 학교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학교는 왜 소극적이 되었나?

사실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제도'라는 말은 '학교폭력 제도'를 상당히 왜곡시키는 말이다. 학교폭력 제도는 가해자를 처벌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교육적 선도가 그 목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초등학교를 구성하는 연령 자체가 범법소년(만 10세 미만)과 촉법소년(만10세 이상 14세 미만)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법 상으로 형사처벌 자체가 안되는 연령대의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모아놓은 초등학교에서 적용되는 제도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도 하에서 우선 되는 것은 무엇일까? 아동학대이다.


학교는 아동학대와 행정소송으로 가장 많이 시달린다.


학교폭력 제도에서 갑자기 왜 아동학대와 행정소송이 나오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학교폭력 제도의 변천은 이 두 요인의 요지경 콜라보에서 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폭력 제도를 시기별로 나누면 대체로 3기 정도로 나눌 수 있다.


1기 : 학교에서 사안조사 및 가해학생 선도조치(징계)까지 모두 진행했던 시기 - 이 시기는 학교폭력 제도가 처음 들어옴과 동시에 선도조치가 학교 단위로 나오다 보니, 단위 학교를 상대로 행정소송이 난무하고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하는 일이 자행되어 학교가 대혼돈의 카오스를 겪었던 시기이다.
2기 : 학교에서 사안조사를 진행하고 전담기구를 통해 교육청 내의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에 회부 여부를 결정했던 시기 - 1기의 폐단을 보완하고자 학교폭력 심의위원회를 교육청에 설치하고, 학교는 사안조사 및 학교장 종결여부만 판단하던 시기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사안조사를 진행하고, 사안에 대해 학교장 종결 여부를 결정짓는 곳이 학교이기 때문에 맞폭이 난무하고 담임교사 및 업무전담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고소가 만연하던 시기였다.
3기(현행) : 외부에서 파견된 전담조사관이 학교폭력 사안조사를 진행하고, 그 이후의 절차는 2기와 같게 진행


그동안의 학교는 1기와 2기의 시기를 지나왔다. 학교폭력 1기 때의 학교는 선도조치 자체를 학교 내 전담기구 위원들이 내렸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학교나 또는 담임 및 담당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조사라는 것 자체가 매우 소극적으로 진화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소극적이라는 것은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교사의 교육적 판단에 의해 가, 피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관련 학생 및 학부모의 진술에만 객관적으로 의존해 양측의 의견을 그대로 기술하는 방식의 조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2기 시기의 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의위원회가 교육청으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학교장 종결여부를 여전히 단위학교 수준에서 처리하고, 사안조사를 학교 교사가 진행하기 때문에 자칫 학부모의 '내 기분 상해 죄'에 걸려들면 아동학대 고소라는 지난한 공격을 받게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는 그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다. 왜냐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나이의 학생들을 교육하는 기관에서 학교폭력 제도는 유명무실할 뿐이고 반면 행정소송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소송은 정말 교사의 삶을 모두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해가 심각하게 의심되는 학생이라도 피해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증거를 제출하거나 목격학생이 진술을 거부한다면 교사는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 오히려 자신의 아이를 가해자로 몰아갔으며, 교육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 역고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는 학교폭력 사안 조사에 아주 소극적으로 임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과연 조사관은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


학폭만 8년째 담당하는 교사 입장에서 예측하면 No이다. 그들이 조사할 아이들 또한 범법이와 촉법이일 뿐이다.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나이의 아이들이며 때문에 '보호자'의 '보호'가 우선하는 아이들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사'란 대체로 보호자의 '내 아이 보호하기'의 연장선 상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학폭에도 봄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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