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0. 스웨덴 룬드대학교 대외관계부서 담당자들
우리는 지금까지 초, 중, 고등학교 수준의 공교육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그 인터뷰들을 통해 스웨덴 고등학생들이 스스로의 진로를 생각하는 시간이 다른 나라의 학생들에 비해 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고민들을 통해 그들이 몸담게 되는 스웨덴의 '대학'이란 어떤 곳일까?
아내가 스웨덴 룬드의 룬드대학교 석사 과정에 진학하며 우리는 함께 스웨덴으로 왔다. 우리에게 스웨덴이란 나라가 생소했던 만큼 스웨덴 대학(원) 교육 또한 새로웠다. 아내의 프로그램에는 총 36명의 친구들이 있는데 이들은 15개의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 아내는 '환경학과 지속가능성'을 공부하고 있는데 유독 토론과 팀 과제가 많아 그때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살아온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또한 아내는 한 학기에 보통 3과목에서 4과목의 수업을 듣는데 한국에서처럼 모든 과목을 동시에 수강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달 반에 하나씩 끝낸다... 이외에도 아내가 느끼는 스웨덴 대학의 새로운 점은 많다.
오늘은 스웨덴 대학은 어떤 곳인가, 대학 입학 과정은 어떠하며 들어가서는 무슨 공부를 하는지, 또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는 스웨덴 대학생들은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하는지 등 스웨덴 대학과 관련된 인터뷰를 담았다. 그리고 유독 유학생이 많은 스웨덴 대학, 그중에도 유학생이 가장 많다고 하는 룬드대학교의 교육 목표와 방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Richard (사진 왼쪽): 안녕하세요, 저는 대외관계부서(Division of External Relations) 부장 Richard Stenelo입니다. 24년간 룬드대학교에서 일했습니다.
Johan (사진 오른쪽): 안녕하세요, 저는 Johan Gunnarsson이고 룬드대학교의 국제 마케팅 매너지입니다. 동북아시아(중국, 한국, 일본, 대만, 홍콩) 학생 입학 관련 홍보 및 마케팅 담당자입니다. 2009년부터 8년 동안 룬드대학교에서 일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었고 이곳에서 일하기 전 6년 동안 중국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동북아 관련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 해당 부서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Richard: 우리 부서는 국제 학생들에게 룬드대학교를 홍보하고 입학을 유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서의 담당자들은 전 세계 다양한 나라로 나가 룬드 대학과 스웨덴 교육을 소개하고 입학을 홍보합니다. 또한 국제 학생들의 환영 행사들과 정착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 운영하는 팀도 있습니다. EU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에라스뮈스 교환학생 프로그램(Erasmus)과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팀도 따로 있고요.
- 스웨덴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Richard: 보통 입학 정원의 최소 1/3은 고등학교 때의 성적으로, 1/3은 대학 입학시험(Högskoleprovet)으로 뽑게 되어있습니다. 이 두 가지 전형이 주요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전형에서 면접이나 논술 등은 없습니다. 오직 고등학교 성적, 혹은 오직 시험 성적으로만 지원하는 것이죠. 물론 학과에 따라 최대 1/3을 다른 방법으로 뽑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면접이나 포트폴리오로 평가를 받게 되죠. 다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고, 예술 관련 전공에 이런 전형들이 있습니다.
국제 학력 평가 시험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성적으로도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데 이 비율은 대학 입학시험(Högskoleprovet) 성적을 기반으로 뽑는 입학생 수보다 훨씬 적습니다. (*주: IB. 국제 학력 평가 시험. 세계 각국의 18-19세 무렵 학생들이 치는 시험이며 최고 여섯 과목까지 칠 수 있다.)
또한 얼마만큼의 성적을 받아야 원하는 학교, 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자신이 어디에 지원할 수 있을지 대략 알 수 있습니다.
- 스웨덴 대학의 학비는 스웨덴과 EU 국가 학생에게 무료로 알고 있습니다. 필요한 대학의 예산은 어디에서 받습니까?
Richard: 모든 대학은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지만 대학은 중앙 정부 관할입니다. 따라서 스웨덴 대학은 일종의 정부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Johan: 현재 스웨덴 대학들은 EU가 아닌 나라에서 온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고 있는데, 대학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 이렇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웨덴 대학들은 어떠한 이익도 내지 못하도록 관리되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많이 받고 이를 통해 이익을 내는 일종의 비즈니스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등록금을 온전히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재투자해야 하고 이는 투명하게 관리됩니다.
- EU 학생들이 아닌 비 EU권 유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Richard: 스웨덴 대학들이 점점 많은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유학생의 수가 늘었고, 스웨덴 국민들이 낸 세금 중 많은 부분이 유학생들에게 쓰이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적은 인구의 스웨덴 국민들이 왜 전 세계에서 온 유학생들의 교육비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등록금이 생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또한 등록금이 생기기 전에는 상상 못 할 정도로 많은 외국 학생들이 대학(원)에 지원했습니다. 그 모든 지원서들을 검토하고 처리하는 데에도 엄청난 비용이 들었었습니다.
*주: 스웨덴에서는 법이 바뀌어 2011년부터 비 EU권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기 시작했다.
- 룬드대학교의 국제학생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Richard: 학사에서는 7개의 프로그램, 석사에서는 120개의 프로그램이 영어로 진행됩니다. 대학원(석사)에서는 60%가 국제 학생이고 대학(학사)에서는 14% 정도가 국제 학생들입니다.
- 다른 나라의 대학보다 스웨덴의 대학이 가진 강점은 무엇입니까?
Richard: 일단 첫 번째는 아까 말한 대로 대학이 비영리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스웨덴의 대학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운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국제학생들을 유치하는 이유가 돈보다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가 글로벌한 환경의 강의실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의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유치하려 노력합니다. 영국 대학의 경우, 유학생 비율에 있어 중국인 학생들이 90%를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룬드대학교의 경우 중국인 유학생의 비율이 20% 정도로 낮습니다. 우리는 학생 구성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더 글로벌한 환경의 강의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스웨덴 대학 시스템의 또 다른 강점은 한 번에 한 과목씩 이수함으로써 각 과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에 대여섯 과목씩 수업을 들으면서 시험도 동시에 준비한다면 일부 과목은 소홀해지기 쉽죠. 스웨덴 대학에서는 보통 한 번에 한 과목, 많아도 두 과목을 배우기 때문에 해당 과목을 집중해서 예습, 복습할 수 있습니다.
- 대학에서 국제학생을 많이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Richard: 국가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학생들이 글로벌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환경 문제와 같이 많은 나라들이 관계되어 있는 주제들에 대해 스웨덴 사람들끼리 모여 논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함께 공통된 주제, 글로벌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Johan: 또한 전 세계 학생들에게 스웨덴 대학을 홍보하고 국제 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스웨덴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은 인구가 적은 나라이지만 규모가 큰 회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좁은 국내 시장을 두고 활동하기보다 초반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를 펼쳐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한 시각을 가진 인재들을 많이 보유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습니다.
- 그렇다면 '룬드대학교'가 스웨덴의 다른 대학교에 비해 가지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요?
Johan: 우리가 스웨덴 모든 대학을 대표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기에, 룬드대학교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룬드에는 다양한 학문이 연계, 융합된(cross-disciplinary)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학사 학위와 경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게 됩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룬드대학교의 특이점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Richard: 또 다른 강점은 룬드대학교가 연구에 특성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룬드에서는 대학 예산의 65%가 연구에 사용됩니다. 교육의 질은 연구의 질과도 밀접히 연관됩니다. 연구에 사용하는 예산이 많고, 다양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박사 과정의 질도 상당히 높습니다. 박사 과정을 제공하는 학과도 다양하기 때문에 그만큼 지원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고요.
마지막으로 다른 대학에 비해 영어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 룬드대학교의 강점입니다. 또한 우리는 스웨덴에서 국제학생(유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유학생 수는 스웨덴 전체에서 룬드대학교가 1위, Kungliga Tekniska högskolan(KTH: 스웨덴 왕립공대)가 2위이다)
- 룬드 대학교에서 (스웨덴/국제)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학과들은 무엇입니까?
Richard: 스웨덴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법학(Law), 경영(Business), 의예과(Medicine), 심리학과(Psychology), 산업경제학(industrial economics) 등입니다. 이건 다른 대학도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유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전공은 글로벌 마케팅과 브랜드 경영(International Marketing & Brand Management)입니다. 공공복지(Public health) 전공 또한 인기가 많습니다.
- 스웨덴에선 '교양 과목'의 개념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렇다면 학사 과정 과목 수강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Johan: '교양' 과목이란 매우 미국적인 개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는 학사 때 교양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어떤 전공수업이든 들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석사처럼 학사 또한 '프로그램' 기반으로 짜인 전공과목들을 듣는 식으로 운영되는 학과들이 많지만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자신이 원하는 타 전공과목을 선택해서 듣고 자기만의 스케줄을 짤 수 있었어요.
- 룬드는 대학과 도시가 결합된 독특한 '대학 도시'입니다. 이 도시가 가지는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Richard: 룬드는 스웨덴 웁살라와 함께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독특한 도시예요. 역사를 보면 한때는 덴마크에 속해있기도 했죠. 스웨덴 도시 중 역사적으로 가장 보존이 잘된 도시이기도 하고요. 룬드대학교는 올해 350주년을 맞았고 룬드대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도시 룬드는 그만큼 오래된 대학도시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요. 스웨덴에서 평균 임금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이고(290개의 지방자치제 중 20위),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도시이고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도시 전체적인 공교육의 질도 굉장히 높다고 평가됩니다.
Johan: 아무래도 대학이 중심이 되는 도시이다 보니 도시 곳곳에 학생 문화가 형성되어 있고 '네이션'이라는 독특한 문화도 존재하죠. '네이션'은 역사가 오래된 웁살라대학교와 룬드대학교에만 존재하는 것인데, 전통적으로 스웨덴 전역의 학생들이 멀리 룬드까지 유학을 오다 보니 각자 자신의 출신 지역 이름을 딴 '네이션'이 생성되게 되었어요. 예를 들면 '칼마 네이션', '예테보리 네이션'처럼요.
각 네이션은 학생회, 클럽, 연극모임, 오케스트라, 스포츠 클럽 및 일부 주거 시설을 운영, 제공합니다. 예전처럼 출신 지역의 네이션을 택해야 하는 엄격한 규율은 사라졌고 유학생, 교환학생 모두 자기가 원하는 네이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이 네이션에 가입하고요. 이런 독특한 학생 문화가 오랜 역사를 통해 잘 자리 잡고 있어서 스웨덴 학생들 또한 이런 환경을 매력적으로 생각하죠.
네이션은 대학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형태로 운영됩니다. 완전히 학생들의 자치로 운영되죠. 다만 네이션은 국가로부터 면세 혜택을 받습니다. 네이션은 웁살라와 룬드에만 존재하기에 이 두 대학의 네이션들에만 해당되는 혜택입니다.
*주: 네이션은 각 지역의 이름을 딴 형태로 운영된다. 네이션은 각기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을 대상으로 주거를 제공하거나 식당, 주점, 클럽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동아리는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출발하지만 스웨덴의 네이션은 지역명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 학생들은 대학 운영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까?
Richard: 대학의 모든 운영과 결정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았거나 학생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 이사회에서 부총장을 뽑을 때, 1/3의 결정권은 학생들의 투표로 이루어집니다. 학부 이사회, 학과 이사회, 연구 이사회... 모든 이사회, 혹은 정책 결정 기구의 결정에 있어 적어도 일부의 학생들이 참여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대학의 운영에 있어 학생들의 영향력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죠.
- 보통 스웨덴 대학생들은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하나요?
Richard: 스웨덴 학생들은 CSN(Centrala studiestödsnämnden)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CSN은 30%의 무상 보조금과 70%의 대출로 구성되어 있고요. 자세히 설명하자면 학생들은 매달 3,000 크로나(한화로 약 39만 원)의 무상 보조금과 7,000 크로나(한화로 약 91만 원)의 학생 대출을 받을 수 있죠. 무상 보조금은 나중에 갚지 않아도 되고, CSN 대출의 경우 이자율이 매우 낮고 졸업 후 25년간 갚도록 되어있습니다.
물론 가족의 지원을 받는다면 대출을 받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스웨덴 학생들 사이에서 CSN 대출을 받는 것은 매우 일반적입니다. 또한 대학 학비가 없기 때문에 스웨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는 따로 없습니다.
Johan: 대학 졸업 후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CSN에서 얼마를 빌렸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는 마흔다섯 살인데 아직 대출금을 갚고 있습니다.(^^) 규정을 살펴봤더니 CSN프로그램을 통해 250,000크로나(한화 약 3,200만 원)를 빌렸을 경우에는 취업을 하고 25년간 한 달에 1,000크로나(한화 약 13만 원) 이하로 상환하도록 되어 있네요. 제가 CSN에서 대출을 받았을 때는 매달 월급의 4%를 상환하도록 했는데 지금은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 스웨덴의 대학교는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나요?
Richard: 학교 차원, 학부 차원에서 취업센터(career office)가 있습니다. 하지만 취업, 커리어를 위한 행사는 보통 학생 단체들이 주도해서 열리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각 학부, 학과 학생회가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취업설명회(Job fair)를 개최하죠.
- 스웨덴 대학생들이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나요?
Johan: 전공에 따라 매우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공학(Engineering) 계열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졸업 전 대기업에서 취업 제안을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경영(Business) 관련 전공을 한 학생들 또한 취업이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전공들이 인기가 많은 것이겠죠. 물론 학생 개개인이 어떠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이 적절히 자리에 지원을 했는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요.
Richard: 스웨덴 학생들의 경우 해외로 나가서 일하고자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화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전공에 따라 해외 취업을 고려하는 학생들의 많고 적음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금융(Finance) 쪽으로 공부한 학생들의 경우 영국 런던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큰 금융회사로 취업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요. 하지만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의 수가 나라의 발전을 걱정할 정도로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그렇다면 학생들이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취업이 쉬울지 어려울지에 대해서도 고려한다고 생각하나요?
Johan: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 모든 정보와 통계의 투명성입니다. 학생들이 어떤 학교, 어떤 학과를 선택할지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졸업생의 평균 초봉입니다. 예를 들면 룬드대학교 공학 전공, 산업 경제학을 전공한 졸업생의 평균 초봉은 스웨덴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몇 해 전에는 몇 천명의 학생들이 해당 학과에 지원하면서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아지기도 했죠. 학생들은 어떤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 게 자신의 커리어에 좋은 작용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전보다 훨씬 더 커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 스웨덴 대학에 서열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Johan: 네,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랭킹이나 세계 대학 랭킹, 국내 평판을 보면 종합 대학 중에는 룬드대학교와 웁살라대학교가 가장 좋은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론 어떠한 학과를 가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요.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특성화된 대학교나 특정 전공이 좀 더 유명한 대학교들이 있습니다.
- 당신은 대학 교육의 도전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Richard: 국가로부터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학과에서는 학사생들을 위한 강의실이 부족하기도 하죠. 석사 과정을 위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학사 과정을 위한 지원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정부로부터 예산을 배정받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죠.
스웨덴 대학을 입학하는 과정, 학과를 선택하는 데 있어 졸업 후 커리어를 고려하는 모습 등 한국과 스웨덴 대학의 모습은 비슷한 점이 많다. 물론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과 한 번에 한 과목씩 수강하고 한 과목씩 시험을 치르는 모습은 우리가 일주일에 대여섯 개의 시험을 힘겹게 치러내는 것과는 사뭇 달라 보이지만...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스웨덴 사람들이 한국에서 대학을 다녀보고 취업을 준비해보면 스웨덴에 돌아와서는 '스트레스 받는다'는 소리를 못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한국의 대학은 어느새 학점 걱정, 스펙 걱정, 취업 걱정으로 인해 '고 스트레스'로 점철된 교육기관이 되었다.
우리가 만난 Richard와 Johan이 말하는 대학 교육의 질, 글로벌 경쟁력은 한국 대학에서도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보는 글로벌 경쟁력이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영어 성적, 자소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가는 어학연수 스펙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과연 세계 무대에 나가 여러 나라가 얽힌 국제 문제에 대해 나의 소신, 나의 의견을 가지고 동등하게 토론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그런 준비를 하게 해주는 대학 교육을 받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