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스웨덴 부부 Nov 14. 2017

한국 엄마가 들려주는
스웨덴 교육 이야기

인터뷰9.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국인 학부모



지금까지 스웨덴의 여러 초-중-고등학교 교사들과 교육행정가를 만나면서 스웨덴 교육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그간의 인터뷰들을 통해 스웨덴 교육의 특징과 장단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내가 교육 현장에 돌아가면 어떤 것들을 적용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한국과 스웨덴의 교육을 긴 시간 직접 겪은 한국의 학부모는 내가 생각하는 것, 스웨덴 교육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으로서 한국의 정규 교육을 체험했고 학부모로서 한국과 스웨덴 교육을 모두 체험, 관찰하고 있는 한국의 학부모를 만나고 싶어 수소문하다 약 5년간 스웨덴에 살며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시헌 어머니를 알게 되었다.


시헌 어머니와의 만남은 기대보다 더 친근했고, 또 유쾌했다. 시원시원하게 말씀을 잘 하시는 시헌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각기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는 스웨덴 교육과 한국 교육의 차이점, 또 스웨덴 교육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실제 학교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번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 인터뷰는 스웨덴 룬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으며, 인터뷰 당사자의 요청으로 얼굴과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 자기소개와 가족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시헌 어머니: 저는 48세이고,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주부입니다. 저희 막내 이름이 시헌이라 시헌 엄마라고 불러주시면 될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남편이 스웨덴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이후, 남편이 본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가족이 모두 함께 스웨덴에 왔어요. 스웨덴에는 2013년에 와서 이제 5년 정도 되었어요. 아이들은 18살, 12살, 8살이에요. 막내는 한국에서 어린이집을 다닐 때, 둘째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초에, 그리고 큰 애는 중학교 2학년이 될 때 스웨덴에 왔어요.


스웨덴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국인 학부모 시헌어머니와의 인터뷰는 룬드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 어떻게 스웨덴에 함께 올 결심을 하게 되었나요?

시헌 어머니: 복지가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으니 '스웨덴에서 아이를 키우면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남편이 같이 가보는 게 어떻냐고 물었을 때 크게 고민하지 않고 좋다고 했어요. 처음엔 여기서 오래 살 생각은 없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서 막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계속 스웨덴에 살 생각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평생을 살고 싶진 않아요. 언어 문제도 있고 친구들도 한국에 있고요. 마흔이 넘어 이 곳에 왔기 때문에 스웨덴이 아무리 좋아도 내 나라처럼 느껴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 교육이 어느 정도 끝나면 돌아갈 생각이에요.



- 아이들이 국제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국제 학교를 선택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시헌 어머니: 처음에는 우리가 얼마나 살지 모르니까 스웨덴 학교를 보내기는 좀 어렵겠다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스웨덴 학교를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스웨덴어가 잘 늘지 않아 여기서 공부를 이어나가는데 걸림돌이 되더라고요. 학교 친구들이 아닌 동네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고 축구 클럽을 가도 친구가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까 재미없어하고요.


학교에서 스웨덴어를 가르치긴 하는데 그 외 학교에서의 모든 일상 대화는 영어로 하기 때문에 스웨덴어가 잘 늘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국제 학교를 보냈는데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스웨덴 학교를 보내서 스웨덴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한 다음에 다른 길을 찾아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 학교는 일주일에 3번 스웨덴어 수업을 하는데 예전엔 1~2번이었어요. 스웨덴어를 늘려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로 올해부터 3번으로 늘렸고요.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 학교에는 3~4명 정도의 스웨덴 학생들이 있는데 보통 다 엄마 아빠가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아이들이에요. 제가 듣기로 스웨덴 부모들 중에도 스웨덴 학교보다 국제 학교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스웨덴 학교보다 국제 학교가 공부를 더 많이 하고 분위기가 좋아서 국제 학교를 좋아하는 부모가 있다고 해요. 물론 국제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스웨덴에 평생 사는 것이 아니라 임시적으로 머무른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요. 국제 학교를 다니다 일반 학교를 다닐 순 있지만 그 반대로 전학하는 건 힘들다고 해요.


룬드에는 국제학교가 두 곳 있어요. ISLK(International School of Lund Katedralskolan)와 LIS(Lunds Internationella Skola)라는 국제 학교예요. 국제 학교는 보통 사립인 경우가 많은데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ISLK는 공립이에요. 조금 특이한 경우죠. 큰 아이는 ISLK를 졸업하고 Katedralskolan(카테드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스웨덴 룬드에 위치한 Katedralskolan(카테드랄 고등학교), 규모가 크고 전통 있는 학교로 부속 초등학교도 있다.



- 아이들이 스웨덴에 처음 왔을 때, 학교에 다니며 겪은 어려운 점들이 있었나요?

시헌 어머니: 제일 큰 어려움은 언어죠. 스웨덴에 오기 전에는 인종 차별은 없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문제는 전혀 없었어요. 물론 아이들이 국제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일단 큰 애는 언어가 안돼서 힘들어했어요. 둘째는 몇 달 고생하더니 영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막내는 1달 만에 입이 트여서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사실 다른 부분에선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둘째와 셋째 아이는 한국 학교를 길게 경험하지 않아서인지 '아, 이게 학교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스웨덴 학교를 다녔어요. 반면에 첫째 아이는 아직도 한국을 좋아하고 또 돌아가고 싶어 해요.



- 그렇다면 학교에선 아이들의 초기 적응을 돕도록 어떤 교육적 지원을 해줬나요?

시헌 어머니: 아이들 학교에선 영어가 더 필요한 애들을 모아서 따로 교육을 시켜줬어요. 큰 아이는 계속 그 수업을 들었어요. 선생님이 판단해서 수업을 계속할지 종료를 할지 결정하니 기간이 따로 정해진 건 없었어요. 둘째, 셋째도 조금씩 영어 수업을 받았어요. 둘째는 2년, 셋째는 1년 정도 추가 수업을 들었어요.



- 스웨덴 학교의 학기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시헌 어머니: 8월 중순~12월 중순까지 가을 학기, 1월 초 ~ 6월 중순까지 봄 학기예요. 학기 사이사이에 방학이 있는데 여름방학은 2달, 겨울방학은 3주 정도고요. 학기 구성은 일반 학교와 같아요. 방학 때는 주로 여행을 가요. 스웨덴은 EU 국가 어디로든 쉽게 갈 수 있으니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어있어요. 2월에는 스포츠 방학, 4월에는 부활절 휴일이 있는데 거의 1달에 한 번 정도 짧은 방학이 있어요. 여행 다닐 때는 남편도 함께 가요. 연차가 30일 정도로 충분하다 보니 여행을 갔다 와서도 휴가가 남더라고요.



- 아이들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시헌 어머니: 고등학생인 큰 애는 대학생처럼 수업을 신청해서 듣는 식이라 시간표가 들쑥날쑥해요. 어떤 날은 수업 1개, 어떤 날은 2개라서 시간표에 따라서 11시, 12시... 이렇게 등교 시간이 달라져요. 둘째는 아침 8시에 수업을 시작해서 오후 4시에 끝나요. 수업 시간이 긴 것 같지만 그렇게 빡빡하진 않아요. 한국에 비해 쉬는 시간이 많거든요. 셋째는 아침 8시 15분에 시작하고 오후 2시 15분에 마쳐요.

 

둘째, 셋째 아이는 학교를 마치면 바로 집에 와요. 사실 예전에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방과 후 수업을 했었어요. 음악이나 연극 등 여러 활동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했었는데 이번 학기는 학교 이전 관계로 방과 후 수업이 없어요. 그리고 얼마 전까지 학교 방과 후 외에 수영, 축구, 피아노 등의 활동을 했었는데 지금은 저희 집이 새로 이사를 하고 나서 조금 바빠서 쉬고 있어요. 아이들은 저녁 먹고 놀다가 잠을 자는데 일찍 자는 편이에요. 막내는 8시, 둘째는 9시, 큰애는 아마 새벽에 잘 거예요.


시헌 어머니의 핸드폰에 저장된 세 아이들의 각기 다른 수업시간표



- 방과 후 수업은 무료인가요? 교육비는 어느 정도 드나요? 

시헌 어머니: 방과 후 수업은 자부담이 아니라 무료예요. 교육비로 들어가는 건 거의 없어요. 연필, 지우개, 공책 같은 학용품은 물론이고 컴퓨터 등도 학교에서 다 나와요. 자기 컴퓨터(크롬북)가 하나씩 나오더라고요. 학교에 가서도 선생님, 학생들 모두 크롬북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공부를 해요. 사실 저는 그게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아이들은 글씨 쓰는 연습이 필요한데 컴퓨터 때문에 글씨 연습이 부족한 것 같거든요. 그리고 크롬북을 열면 무한의 세계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도 단점이에요.



- 학교에선 선생님이 아이들을 어떤 식으로 훈육하나요?

시헌 어머니: 선생님이 계속 같은 톤으로 반복해서 알아들을 때까지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요. 화내지 않고 참을성 있게 이야기를 하는데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참을성 있게 이야기를 하나?' 싶을 정도예요. 한국은 어른과 아이의 관계인데 여기는 사람대 사람의 관계로 보더라고요. 처음에 스웨덴에 왔을 때 큰 아이 학교에서 간호사 개별 면담(간호사가 정기적으로 학생들의 건강을 확인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저랑 아이가 면담실에 함께 들어갔는데 한국 같으면 간호사가 저한테 말을 걸고 '아이가 이랬고 저랬고.'라고 말할 텐데 여기선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더라고요. 기분은 어떤지 아픈 데는 없는지... 저는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었고요. 그래서 처음엔 한국과 달라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 스웨덴 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선생님과 종종 만나 자녀 교육 이야기를 나누나요?

시헌 어머니: 저는 주로 공식적으로 오라고 하는 날에만 가는 편이에요. 특별히 불만이 있다거나 선생님을 굳이 만날 일이 없어서 그때만 가요. 상담을 할 때는 항상 아이, 학부모, 교사 이렇게 셋이 같이 해요.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상담이 있는데 사실 이 상담에서도 저한테는 별로 이야기를 안 하고 주로 아이한테 이야기를 해요. 선생님은 아이에게 계속 질문하고 학부모인 저는 계속 듣고 있다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만 이야기를 해요. 표현하자면 '학부모 상담'이 아니라 '교육 상담'이에요. 교육의 주체는 아이니까 아이와 교사 둘이 이야기를 하고 부모는 참고하기 위해 옆에서 듣는 거라고 생각해요.


공개 수업 행사도 있어요. 이 부분도 한국이랑 참 다른데 한국에서 공개 수업을 참석해보면 항상 뭔가 어느 정도 완성된, 잘 세팅된 뭔가를 보여주거든요. 잘 짜인 기승전결이 있고 완성도가 있는 수업을 보여주는데 스웨덴은 뭐랄까? 좀 빈틈이 있어요.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수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이 한 거예요. 어른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아이들이 직접 한 것이기에 훌륭하다고 이야기를 해줘요. 처음엔 '왜 이런 수업에 학부모를 초대하는 걸까?'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또 다른 점은 이런 공개 수업을 학부모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년의 학생들도 와서 봐요. 알고 보니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말 '공개된 수업'이라고 하더군요.



- 그 외에 스웨덴 국제 학교에는 어떤 행사들이 있나요?

시헌 어머니: 운동회는 있는데 아이들끼리 하는 행사라 부모는 갈 수 없어요. 1~6학년을 고루 섞어서 색깔별로 팀을 나누고 운동회를 진행해요. 그리고 UN데이라는 행사가 있는데 원래 그 날 다 같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마치는데, 올해는 좀 특별하게 진행됐어요. 올해 UN데이 행사에선 나라별로 부스를 정하고 그 부스에서 음악을 튼다거나 음식을 파는 식으로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부스를 운영했어요.  


그리고 학생 자치회에서 학생들이 직접 어떤 행사를 할지 회의를 한 다음 실제 행사를 주최하기도 해요. 그래서 생긴 행사가 'Electronics day'라고 있어요.(웃음) 사실 엄마들은 정말 싫어했지만... 말 그대로 집에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걸 학교에 가져와서 노는 날이었어요. 아이들이 직접 정해서 진행한 행사로 1년에 한 번 진행했어요.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 ISLK에서 진행된 UN day, 각 나라의 부스가 각자 다르게 꾸며진다 (출처: ISLK facebook page)



- 스웨덴에는 학원, 과외가 있나요? 만약 없다면 특정 분야나 과목을 더 배우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시헌 어머니: 공부와 관련된 학원은 없어요. 만약 어떤 아이가 특정 과목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학교에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러면 학교에선 그 아이의 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 선생님이나 선배를 과외 선생님으로 맺어줄 수 있어요. 비용은 물론 들지 않고요. 예를 들어 저희 둘째 아이가 다니는 학교엔 고등학생이 찾아와서 수학 보충 수업을 해줘요. 그 수업은 수학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원하는 학생은 누구든 들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고등학생은 돈을 받지 않고 봉사나 취미 활동의 개념으로 그 활동을 하고요.


피아노는 제가 사는 지역에 다양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음악 학원이 있어서 아이들이 다니고 있어요. 코뮌(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게 아니고 LIMUS(Lunds Internationella piano och Musicsalong)라는 학원이에요. 일주일에 한 시간 레슨이고 수강료는 13주에 5,800크로나(약 81만 원) 예요. 한 달에 약 25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죠. 그런데 내년부터는 코뮌에서 이 음악학원 수강료를 지원한다고 하더군요.

 

주변에서 보면 국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중에 제2외국어 공부를 위해 아는 외국인에게 과외를 부탁하는 경우를 봤어요. 하지만 스웨덴은 예체능 쪽을 제외하고는 사교육 시장이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학원이나 과외 업체가 활성화되어있진 않아요.



- 현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만족스러운 부분을 말씀해 주신다면 무엇이 있나요? 혹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말씀해 주세요.

시헌 어머니: 애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 공부 스트레스나 경쟁이 없어요. 물론 해가 갈수록 공부량은 늘지만 한국 학교에 비하면 정말 적은 편이죠. 초등학생 때는 성적이나 등급 매기는 것도 전혀 없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보단 사고를 열게 해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이렇게 이렇게 해라.' 이야기하는 부분이 전혀 없고 '일단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봐, 어떻게 할까?'라고 물어만 봐요. 그래서 아이가 설사 정말 작고 이상한 걸 만들어 냈다 해도 '왜 이렇게 한 거니?'라고 묻고 아이가 자기 나름의 대답을 하면 '네가 스스로 생각해서 한 것이니 잘했다.'라고 이야기해줘요. 그래서인지 여기 아이들을 보면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왜 그렇게 한 것인지' 설명을 자세히 잘해요. 또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길게 이야기를 해도 참고 들어주고 칭찬해줘요.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공부나 과업을 맺고 끊는 게 없고 하다가 만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학기가 흐지부지 지나가는 느낌이랄까요? 한국 선생님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이 기간에 이만큼의 과업을 완수하겠다.' '아이들에게 이만큼 뭔가를 가르치겠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는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선 한국이 좀 더 체계적이랄까요? 여기는 선생님들이 학기 중에 휴가를 내고 학교를 나왔다 안 나왔다 하다 보니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이렇게 해"라고 말하기보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봐, 어떻게 할거니?" 묻는 스웨덴 교사들 (출처: Ann-Sofi Rosenkvist/imagebank.sweden.se)


-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는 있나요?

시헌 어머니: 숙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숙제를 내줘요. 처음에는 1장짜리 숙제였는데 4학년쯤 되니 일주일에 4~5장 정도의 숙제를 내줘요. 주로 영어, 수학, 주제에 따른 공부와 관련된 숙제예요. 스스로 하기 힘든 경우엔 특정 사이트를 알려주고 참고해서 숙제를 할 수 있도록 하더군요.



- 아이들은 자신의 학교 생활에 만족하나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스웨덴의 학교 생활이 궁금하네요.

시헌 어머니: 아무래도 학업 스트레스가 없어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를 다니는 것 같아요. 물론 '저렇게 놀아도 될까?'하고 제가 좀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요:)


또 첫애가 처음에 학교에 다닐 때 그런 말을 한 적 있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친구들이 서로에게 칭찬하는 걸 많이 본 적이 없대요. 그런데 여길 오니까 친구가 '너 옷이 참 예쁘다.'라는 칭찬을 하더래요. 그 일 말고도 머리가 달라지거나 예쁜 바지를 입고 가면 상대를 알아보고 칭찬을 한다고 해요. 그걸 보고 참 좋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해준다거나 칭찬하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둘째 아이는 선생님이 친절해서 좋다고 말해요. 선생님이 항상 다정하고 친절해서 좋대요. 그런데 작년에 특정 요일, 어떤 선생님 수업만 되면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하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어떤 영어 선생님이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면 하라고 압박하는 스타일'이라 스트레스를 받았나 봐요. 지금은 그 선생님이 은퇴하시고 다른 선생님이 오셔서 괜찮아졌어요.



- 한국과 스웨덴 학교를 둘 다 경험하셨기에 묻습니다. 어머님이 느끼신 두 나라 학교와 교육의 차이점에는 어떤 부분이 있나요?

시헌 어머니: 제일 큰 차이는 한국은 교사-학생이 수직적인 관계이고 스웨덴은 교사-학생이 정말 수평적인 관계라는 점이에요. 스웨덴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똑같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요. 그리고 교사가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줘요. 아무리 사소한 이야기라도 들어주고 북돋아주는 것 같아요. 또 선생님이 화내는 걸 별로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가끔 화내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아이들이 복도에서 뛸 때, 서로 부딪힐 수 있으니까 그때는 무섭게 하더라고요.


둘째는 한국에서 1학년을 마쳤는데, 제가 1학년 때 선생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학교가 더 맘에 안 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겐 정말 친절하신데 아이들은 되게 무섭게 대하시더라고요. 어느 날, 제가 학교에 들렀다가 어떤 아이 하나를 교실에 남겨놓고 아주 심하게 야단을 치는걸 우연히 봤거든요. 1학년 아이인데 너무 심하게 야단을 치니깐 듣는 제가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런 느낌을 받다가 여기 오니까 너무 자유스러운 거죠. 심지어 선생님들까지 도요. 처음에 약간 문화 충격이었던 게 학기 중에 선생님이 휴가를 가더라고요. 사실 한국에선 잘 없는 일이잖아요. 선생님이 프랑스로 휴가를 갔단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었어요. 나중에는 '그래, 선생님도 사람이니까 쉬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처음엔 한국과 달라서 놀랐죠.


또 제가 생각하는 스웨덴 교육의 장점은 아이가 학업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여러 번의 기회를 준다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너를 도와줄 수 있을까?'를 물어보고 아이가 할 수 있게끔 배려를 많이 해주는 것 같아요. 큰 애가 아파서 학교를 많이 못 나갔을 때가 있었어요. 진급을 못할 뻔했는데 그때 아이가 학교 상담사와 상담을 하고 학교에서도 아이가 계속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이 애쓰고 도와줬어요.


*주: 스웨덴 학교 상담사의 역할과 진로상담교육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시려면 지난 12화 느려도 괜찮아, 스웨덴의 진로상담교육 편을 참고하세요.



- 학부모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학교 교육 활동이 있나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는 녹색 어머니회, 명예 사서, 학부모 상담, 학교 행사 자원봉사 활동 등이 있어요. 희망자만 한다곤 하지만 사실 의무적인 것들도 있거든요.

시헌 어머니: 여기는 의무적인 건 없어요. 저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원하면 학부모 모임에 가입할 수 있어요. 보통은 사교 모임이지만 가끔 특정 행사가 있을 때, 학부모 모임이 주축이 되어 행사를 기획하기도 해요. 때로는 학부모 모임에서 돈을 모아 아이들이 놀러 갈 때 돈을 보태주기도 하고요.



- 스웨덴 생활을 하면서 느낀 스웨덴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시헌 어머니: 한국은 속도가 빨라요. 모든 일이 빨리 처리되고 사람들 역시 속도가 빠르죠. 그리고 우리나라가 훨씬 재밌어요. 스웨덴은 공기도 좋고 다 좋은데 너무 심심해요. 즐길 거리가 많지 않고 가게도 빨리 닫거든요. 그나마 슈퍼는 늦게까지 열어서 다행이긴 해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을 빠르게 해서 훨씬 후련해요. 저는 한국 스타일이라 처음에 여기 와선 되게 답답했어요. 처음에 이사 와서 짐을 내리는데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일을 조금 하다가 나가는 거예요. 밥 먹으러 가야 한다고 슥 나가더라고요. 1시간 뒤에 와서 조금 일을 하더니 다시 피카(다과 시간)하러 가야 한다고 또 나가더라고요. 우리나라 같으면 빨리 일 끝내고 갈 텐데 여기는 시간을 나눠서 일을 천천히 하니까 답답하더라고요. 지금도 답답하긴 한데 적응하며 사는 거죠. 관공서도 마찬가지예요. 정말 간단한 일인데 아주 천천히 진행돼요.



- 스웨덴 생활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을 말씀해 주세요. 반대로 스웨덴에 살면서 느끼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시헌 어머니: 스웨덴에서는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서 좋아요. 가족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도 시간이 한참 남는 삶... 한국에선 그럴 수가 없었어요. 남편이 한국에 있을 때 스웨덴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비교적 일찍 퇴근(6시 반~7시)을 했는데 집이 멀어서 집에 오면 8시 반이었고 저녁을 먹으면 곧 자야 했어요. 하지만 여기선 저녁을 먹고 가족끼리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날씨가 좋으면 자전거로 산책도 가요. 아이들도 그런 부분을 좋아해요.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서 좋다고 말하는 시헌 어머니. 워크 라이프 밸런스, 충분한 휴가는 부모-자녀 간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남편이 '퇴근할게.'라고 하고 10분 만에 집에 와요. 한국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야근도 거의 없고요. 출근은 8시, 퇴근 시각은 4시 반이에요. 휴가도 30일이라 아이들 방학 때 함께 여행도 길게 갈 수 있고요. 스웨덴에서 알게 된 한국인 이웃이 있는데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이민 온 결정적인 이유가 야근이 싫어서였대요. 회사를 다니면서 너무 잦은 야근에 질려서 야근이 없는 회사를 찾다 보니 스웨덴에 오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아무래도 의료 시스템이에요. 스웨덴 병원에 가보셨나요? 막내 아이가 킥보드를 타다가 눈 주위가 찢어져서 병원에 갔는데 아무것도 해준 게 없었어요. 의사는 머리에 이상이 없는지만 확인하고 찢어진 데는 그냥 붙을 거라면서 반창고만 붙여줬어요. 그런데 진료를 받기까지 5~6시간 정도 기다렸어요. 스웨덴에서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의료예요. 모두에게 평등한 혜택을 제공하려다 보니 복지의 수준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응급실에 가면 10시간 이상씩 기다리고 아무 처치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스웨덴의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의사도 일과 삶의 균형을 누려야 하고 의사가 환자 1명을 진료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 한국에선 스웨덴이 복지 강국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경험한 스웨덴의 복지는 어떤 것이 있나요?

시헌 어머니: 제가 한국에서 주부였고 여기에서도 주부이다 보니 육아 휴직 같은 건 사용해볼 기회가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반대로 제가 받은 혜택은 자녀 지원금(Föräldrapenning-sjukpenning)이었는데요. 아이가 만 8세가 되기 전까지 지원금(출산 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돈으로 받는 것)이 나오는 거예요. 한 달에 세후 4,485크로나(약 62만 원)가 나와요. 자녀 수당이라고 한 아이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계속 나오는 지원금과는 별도예요.


*주: 스웨덴의 보육정책과 자녀수당 등의 복지혜택에 대해서는 이전 인터뷰, 02화 스웨덴의 육아 교육, 그리고 보육정책의 핵심을 이야기하다에서 더 자세하게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북유럽 국가에 대한 관심으로 스웨덴으로의 이민을 고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민을 생각 중인 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

시헌 어머니: 한국의 빠른 서비스에 익숙하다면 스웨덴에선 정말 답답함을 느낄 거예요. 그리고 모든 것을 스스로 다 할 줄 알아야 해요. 뭔가를 수리한다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해야 하는 일들이요. 사람을 쓰기에는 너무 비싸고 오래 걸리거든요. 스웨덴은 모든 건 내가 알아서 하는 문화라 우리나라 같은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어요. 서비스에 익숙하거나 서비스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서 적응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스웨덴은 개인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 일은 자기가 하기 때문에 정이 없다거나 차가워 보일 수 있어요.   



- 우리나라는 학벌 구조, 성적 스트레스, 대학 입시 등 교육으로 겪는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스웨덴으로 교육 이민을 생각하는 한국 분들이 있습니다. 스웨덴으로의 교육 이민을 추천하시나요?

시헌 어머니: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키우고 공부하기엔 좋은 것 같아요. 스트레스나 경쟁이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히 적으니까요. 사실 제 친구 딸도 유학을 오고 싶어 해서 한 번 알아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미국이나 호주, 영국처럼 부모가 없이 아이만 스웨덴에 와서 학교를 다니는 건 나라에서 허락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친척이 있다 해도 안된대요. 다른 나라는 기숙학교의 형태로 아이만 유학을 갈 수 있지만 스웨덴은 그런 형태의 유학이 불가능해요. 만약 스웨덴에 올 예정이라면 보호자 중 한 명과 아이들이 함께 오는 형태가 되어야 해요.


스웨덴 교육은 어린이를 '어른의 도움 없이 스스로 뭐든 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 (출처: Mikko Nikkinen/imagebank.sweden.se)


- 엄마로서, 또는 아빠로서의 역할이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느끼신 부분이 있나요?

시헌 어머니: 한국에서는 부모로서 아이들을 이끌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 살면서는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학교에 가서도 말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가지는 습관도 잃을 수 있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나부터 항상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오늘은 추우니까 무슨 무슨 옷 입어.'라고 말하는 대신 '오늘은 무슨 옷 입을래?'라고 묻고 되도록이면 아이가 원하는 바를 존중해 주는 거죠. 춥든 안 춥든 아이가 결정한 옷을 입고 학교에 가고 추우면 다음 날 스스로 두꺼운 옷을 입으면 될 텐데 처음엔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여기 아이들은 자기 일을 정말 알아서 하는 것 같아요. 아마 막내 아이가 여섯 살 때였던 것 같아요. 아이 친구가 수영장에서 생일 파티를 했거든요. 그래서 다 같이 샤워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는데 저만 우리 애가 씻는 걸 도와주는 거예요. 다른 애들은 6살이라 어린데도 샴푸를 짜고 스스로 알아서 씻더라고요. 그 사실을 발견하고선 제가 민망했어요. 다른 부모들은 아이가 어설프게 씻더라도 그걸 지켜볼 뿐 나서서 도와주진 않더라고요. 저도 변하고 싶은데 한국 엄마라 그런지 자꾸 나서서 뭔가를 해주려고 하는 습관이 잘 없어지지가 않아요.




우리 부부가 스웨덴에 살게 되면서 '너희도 스웨덴에서 아이를 키우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아직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는 우리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이지만 시헌 어머니와의 대화는 확실히 스웨덴에서 아이가 크는 것이란 어떤 의미일까? 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꼭 스웨덴에서 아이를 키우지 않더라도 내 아이를 독립적인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스웨덴 학교의 철학을 공부해서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헌 어머니가 이야기하셨듯 아이가 무언가를 먼저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교사와 부모가 참고 기다려주는 과정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참을성 있게 화내지 않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는 것, 그것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의 교육은 아이가 못하는 것, 또 부모나 교사로서 도와주어야 할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아주 더디지만 아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주목하고 아이를 북돋아 주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16화 스웨덴 교육, 평등한 관계에서 미래를 찾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