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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스웨덴 부부 Oct 31. 2017

왜? 라는 물음이 불편한가요.

스웨덴 교육이 강조하는 비판적 사고. 그리고 우리 교육 이야기



- 왜? 라는 물음이 불편한가요.

학교에 근무하면서 주로 고학년 담임을 맡았다. 고학년 아이들이 중학년이나 저학년 아이들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자기주장이 세진다는 것이다.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이고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도 꽤나 많아서 아이들과의 보이지 않는 씨름이 힘들 때도 있었다.


담임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심심치 않게 들었던 말은 ‘샘, 왜 그래야 하는데요?’였다. 몇몇은 반항심에 그렇게 묻기도 했고 몇몇은 내가 어떤 결정의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아서 이기도 했다. 초임 시절에는 아이들이 그렇게 물어보면 일일이 다 설명해 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질문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또한 모든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힘이 들었다. 그래서 점점 대화나 설명보다는 말로 잘 꼬신다거나 읍소, 협박(?)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우리에게 ‘왜?’라는 물음은 종종 도발적으로 들린다. 남들은 모두 ‘예’라고 이야기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 같고 당연한 것에 의심을 품으며 대세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라는 물음을 자주 하는 사람은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가 학교나 사회에서 다른 의견을 낸다거나 왜?라고 묻는 행동은 불편하게 여겨진다.



- 비판적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웨덴 교육

스웨덴 교육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평등의 가치만큼이나 비판적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철학은 학교 현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우선 학생 평가를 할 때에도 정답을 맞히는 문제보다 ‘왜 그러한가?’를 설명하도록 시험 문제를 낸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평가를 왜 하는지, 학생이 해당 평가에서 왜 이러한 결과를 받았는지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고 생활기록부를 쓰는 것도 '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스웨덴의 교실에선 수업 중 토의, 토론이 자주 이뤄지는데 이때,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고 친구들의 다른 의견과 비교해 보면서 비판적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Lena Granefelt/imagebank.sweden.se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이런 식의 교육은 대학 교육에까지 이어진다. 스웨덴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함께 공부하는 유럽(스웨덴)의 대학원생들은 날카롭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낸다고 한다. 아울러 학생들이 성적, 커리큘럼, 수업 운영 등에 이견(의견)이 있을 경우, 교수에게 가감 없이 말하고 교수는 학생들이 충분히 납득하게끔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교수는 극한 직업이라고 농담도 종종했다.

 

스웨덴 학교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교육을 하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그들 사고의 바탕에는 '왜'라는 인식이 깔린다. 이는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하는 것을 건강하게 여기는 스웨덴 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의 삶과 사회 구조, 정부의 정책 등을 비판, 의심하면서 지금처럼 투명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다. 만약 스웨덴 사회가 많은 것들을 당연하고 원래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민주주의가 발전한 사회,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가 되긴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스웨덴 교육에서 부러웠던 점은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회나 정치 교과서에서 이론으로 접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활 속에서 직접 느끼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직접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가치가 사람 마음속에 더 깊이 와 닿지 않을까?

  


-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쳤나

나는 비판적 사고를 자극하는 교육을 잘 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가 ‘왜’라고 묻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나와 아이들 모두 정답을 찾는 교육에만 길들여져 있어서 ‘왜’라고 생각해 보는 것을 어려워했다.

 

일례로 수업 시간에 퀴즈를 내고 맞히는 수업은 아이들에게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아이들은 퀴즈를 맞힐 때마다 큰 성취감을 느꼈고 문제 하나하나에 초집중을 했다. 또한 아이들이 시험을 볼 때, 단답형이나 객관식 형태로 문제를 내면 답을 잘 적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쓰게 하거나 ‘이건 왜 그럴까?’라고 묻는 시험 문제는 굉장히 어려워했다. 우리에게는 정해진 틀 속에서 답을 찾는 것이 더 익숙했고 교사인 나와 아이들 모두 ‘왜?’를 생각하도록 하는 교육을 잘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Ulf Huett Nilsson/imagebank.sweden.se


‘왜?’를 묻는 교육을 시도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어려운 점은 효율성과 속도의 문제였다. '왜?'에 대해서 묻거나 생각해 보도록 하는 교육은 낯설고 어렵기 때문에 수업 속도가 느리다. 그런 까닭에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면서도 이것이 효율적인지,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했고 종종 의문을 가졌다.

 

또한 교실 안에서 되도록 많은 시간과 기회를 마련해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싶었지만 늘 무언가에 쫓겼다. 해야 할 공부와 각 과목의 진도는 빡빡했고 자주 찾아오는 학교 행사와 특별 교육들로 인해 늘 바쁘고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다른 급한 것들을 먼저 하다 보니 이런 종류의 교육은 그 결과가 눈에 쉽게 보이지 않고 즉시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점점 후순위로 밀렸다.   



- 학교 사회의 모습을 살펴보면

학교에는 일주일에 한 번 모든 교직원이 모이는 시간이 있다. 직원 종례 혹은 직원회의라고 불리는 이 시간은 학교의 중요 행사나 교육 활동을 안내하고 이를 함께 회의하는 자리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직원회의에는 회의가 없고 공지사항 전달이 있었다. 일반적인 직원회의 풍경은 교무부장 선생님의 진행, 각 선생님의 안내 사항, 교장(교감) 선생님의 말씀으로 이루어진다.

 

회의 중에 선생님들의 발언을 못 하도록 막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에서 내 의견을 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수십 명이 모인 자리, 고요한 공간, 공지 사항 전달이 이어지는 회의 분위기 속에선 누구라도 의견 말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다. 또한 누군가가 교육 활동이나 행사에 대해 계획한 방향과 다른 의견을 말하면 선생님들의 불편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각자 생각하는 바와 의견을 갖고 있지만 직원회의에선 말을 아끼고 동학년 회의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편안하게 말을 했다.


동학년 회의에서 좀 더 활발히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이 교직 사회의 문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모두가 모인 공개적인 자리에서 내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색하고 '왜?'라고 묻는 것은 불편하게 여겨진다. 이것은 비단 학교만이 가진 문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의견 말하기가 어색하고 ‘왜?’가 불편한 학교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과연 아이들이 비판적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비판적 사고가 불편하게 여겨지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토의, 토론 문화가 자연스러워져야 아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까도 이야기했듯, 이론과 책으로만 배우는 교육보다는 교실과 생활 속에서 직접 접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이 더 효과적이고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직원회의 등의 자리에서 선생님들이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고 ‘왜?’라는 물음에도 모두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Henrik Trygg/imagebank.sweden.se



- 왜? 라는 물음이 불편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에서는 '왜?'라고 묻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종종 그렇게 느끼지만 '왜?'라는 물음이 권위에 도전하고 대세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수평적 사회 분위기를 이뤘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사회 체계 속에선 지시와 수행, 침묵이 자리한다. 또한 학교 안에서도 이 모습이 자리 잡아 선생님, 아이들 사이에 '왜?'라는 물음과 문제의식은 설 자리를 잃는다. 민주적인 사회는 같은 의견으로 뭉친 사회,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고 비판적인 문제 제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왜?’라는 물음이 반항이나 도발로 들리지 않기 위해선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왜'라는 물음을 존중하는 교육이 필요하고 그 문제의식을 다른 이와 공유하도록 토의, 토론을 하는 분위기가 학교 안에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구성원 전체에게 필요한 것이다. 또한 다수의 구성원이 이 변화에 참여할 때 새로운 모습의 학교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학교의 변화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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