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정신
왜 힘들었을까?
나 스스로 잘나 보이려 하니까 힘든 거였어. 이 생각이 머리에 닿자 머리가 맑아지는 거야. 불쾌했던 감정이 사라진 거지. 세상에 잘난 사람이 많은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좋은 것들은 받아들이고 활용하며 살아도, 부담 없잖아? 편안하잖아?
그렇지. 나는 편안하고 싶었던 거지. 뭔가 증명하려 하고, 내 것이 최고인 양 경쟁에 끼어들어 아등바등하니, 나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고 있었던 거지.
물론! 나는 나름 성장을 했어. 경쟁을 하면 확실히 성장을 해. 보고 배우는 게 있거든. 남들이 어떻게 하나 들여다보며 분석해야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있잖아. 지피지기 백전백승. 알지?
하, 그걸 몰랐네. 나 자신을 압박하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나였다는 걸 말이야. 이렇게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해.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아마 생긴 대로 먹고살겠지. 이러고 있다가도 또 나 자신을 경쟁에 집어넣을 거야. 제 발로 들어가겠지. 하지만, 이젠 다르지. 나 스스로가 알지. 내 발로 그 경쟁에 자발적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그것을 아는 순간, 스스로 나오기도 편해. 내가 왜 이 고생하려고 스스로 거길 들어갔냐는 거지. 누군가 날 경쟁에 집어넣은 것도 아닌데 그동안 나 스스로 힘들다, 어렵다 생각하며 스스로를 압박하고 스트레스를 준거야.
나 자신을 다스리는 게 가장 어려운데 그걸 간과하고 있었던 거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오늘따라 이 말이 참 와 닿네. 영어로는 everything depends on the mind.
힘드냐? 뭐 때문에 힘든지 잘 봐봐. 그리고 거기에 왜 있는지도 잘 봐. 정말 힘들 때는 백지를 생각해. 난 이걸 백지 정신이라고 불러. 무유(無有). 있고 없음이 같다는 뜻이야. 잘못된 그림 고치기가 더 힘들어. 백지에 새로 그리는 게 때로는 수월할 때도 있어.
오늘 방언이 터졌나. 너무 많은 말을 했네. 그래도 오랜만에 머리가 맑아지는 유쾌한 경험이었어. 다들 힘내자고. 나도 힘낼 테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