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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 Jun 09. 2020

우아하게 산다는 것

나를 재현해 내는 나의 태도와 마음의 취향

좋아하는 영화 목록이 생겼다. 취향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이 축적된 결과로 드러나는 것인데 이런 목록이 생기기까지 나의 삶에 대한 태도와 마음 또한 굴곡이 있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영화 목록을 보니 대부분 다큐멘터리 혹은 가족 드라마다. 그리고 자연, 가족, 식사, 음식, 요리, 이런 키워드가 붙는 영화들이다.


몸이 안 좋으니 영화 목록이 떠오른다. 무슨 영화를 다시 볼까? 생각에 잠겨 있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면 <인생 후루츠>를 켰다. 여러 색깔이 담겨 있는 영화다. 어떤 사람은 노년의 삶을, 또 어떤 사람은 생태적 삶을 영화를 통해 끄집어낸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강렬했던 순간은 식탁이었다. 남편을 위해 조심스럽게 식사를 준비하던 모습, 그리고 그 마음이 담긴 식탁. 그걸 마음으로 존중해 주는 또 다른 사람의 모습이 담긴 식탁. 오래된 그릇과 서로 다른 음식이 놓여있는 식탁. 낡은 그릇과 커트러리였지만 품격과 기품이 있는 격식 있게 차려진 식탁.




어느 예능 프로그램처럼, 어느 유명인들의 인스타처럼, 어느 유투버의 브이로그처럼 브랜드가 입혀진 그리고 모든 사람의 감각을 사로잡는 이미지로 새겨진 식탁이 아닌 우아함과 품위가 묻어 있는 식탁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누군가를 위해 차려진 식탁. 누군가의 취향이 존중받는 식탁. 어느 곳에서, 어떤 때에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머리, 옷, 식사 모든 것이 조화로운 노년의 모습이 황홀하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저런 태도와 취향을 가지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어떤 말을 하는 사람일지, 때와 장소 그리고 나에게 어려울리는 옷과 걸음, 언어를 사용하는지, 적절하게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식탁을 차리고 있는지 많은 궁금증이 나를 따라 다녔다.


최근에 읽은 <우아함의 기술>의 잔상이 영화와 맞물려 더 그러한지 모르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아한 일상은 우아함의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 침착함, 대범함, 자연스러움, 노력과 시간, 누구도 범접할 수 있는 고유한 취향... 그런 것들 중 무엇이 우리를 우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일까.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브이로그를 보면 '참 이쁘다', '이쁘게 꾸며 놓고 산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다시금 <인생 후루츠>를 보면서는'참 아름답다', '참 우아하다', '참 멋지다', '그냥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셨구나!' 어떤 사람으로 배려하고 존중받아야 하는지를 몸으로 익히고 실천하면서 살아오셨구나! 그런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차려 먹었던 나의 식탁. 나는 어떤 사람일까?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차렸던 식탁. 나의 취향은? 내가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는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무의식적으로 차렸던 첫 끼니를 다시 되돌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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