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엽서•스몰 에세이
밥을 먹다 문득, 내 방을 둘러보게 됐어요.
한 번도 진지하게 바라본 적 없던,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저 익숙하게 지나치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옵니다.
작은 책장 위, 켜켜이 쌓인 책들.
오래되어 바람소리가 나는 낡은 선풍기.
밥 먹고, 책 읽고, 글까지 쓰는 다용도의 테이블.
그리고 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은 오래된 소반까지.
나의 시간이 묻어나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어요.
일하며 조금씩 번 돈으로 하나씩 들여놓은 물건들.
예전엔 단순히 나의 취향이라 여겼던 것들이
오늘은 문득, 내 노동의 결과였음을 깨닫게 돼요.
그리고 그렇게 이 방을 채워 온 묵묵히 애써온 과거의 나에게,
조심스럽게 고맙다고 말해봅니다.
힘들었을 텐데도 열심히 일했고,
무엇이 진짜 필요한지 깊이 고민했으며,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에서 현명하게 결정했을 나에게.
정말 수고 많았다고.
무채색으로 채워진 방 안에서
유일하게 색을 품고 있는 건
화분, 책, 액자 속 그림들뿐.
옷장마저도 온통 차분한 색으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내 마음이 조용히 정돈되는 걸 느낍니다.
오늘도 그렇게,
단정한 공간에서 단정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