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엽서• 온숨 스몰 에세이
인간은 본디
짜깁기의 대마왕이에요.
나도 그렇죠.
내가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조차
편리하게 이어 붙이며 살아가니까요.
그러니
타인의 말을 어떻게 온전히 믿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살기 위해
기억을 분류하고,
왜곡하고,
때론 망각을 선택하기도 하죠.
기억은 결코 있는 그대로가 아니에요.
필요에 따라 꺼내 쓰고
조각을 이어 붙인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죠.
그런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내 기억조차 의심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말로 전하는 평가나 기억도
쉽게 믿지 않아요.
그 사람의 말,
그 사람의 기억이
진짜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나는 오직
내가 직접 겪은 것으로 사람을 신뢰합니다.
내 감각이 천천히 받아들인 그 사람을
조심스레 믿어보는 거예요.
‘있는 그대로’ 사람을 본다는 건
사실 아주 고요하고 느린 일이에요.
모든 감각을 깨워
그 사람의 눈빛,
어휘,
손짓,
자세를 바라보다 보면
조금씩 마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말이 아니라
그 사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진짜 마음이요.
기억보다 느린 감각으로
사람을 알아갑니다.
그래서 더 단단하고,
더 오래 믿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