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애프터눈: 오후부터 시작하는 기적의 하루

새벽형 인간 포기하고 오후형 인간으로 거듭난 이야기

by 공부수집호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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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30분, 알람이 울렸어요. 눈은 감겨 있고, 몸은 납덩이처럼 무겁고, 머리는 솜으로 가득 찬 것 같았는데... 그래도 일어났어요. 왜냐하면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기로 했거든요. 성공한 사람들의 비밀이라는 그 미라클 모닝 말이에요.


침대에서 비틀비틀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어요. 어제 밤에 미리 준비해둔 책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죠. 『아침형 인간』이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였어요. "이거다!" 싶어서 어제 서점에서 바로 샀던 거거든요.


책을 펼치고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어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여기까지 읽고, 눈이 감겼어요. 아니, 정확히는 글자들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니야, 집중하자"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읽어봤는데, 같은 문장을 세 번 읽고 있더라고요.


여러분도 아시죠? 그 기분. 뭔가 대단한 걸 해보려고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그 절망감. 마치 운전하려는데 차에 기름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15분 정도 앉아 있었는데, 책의 내용이 하나도 머릿속에 안 들어왔어요. 글자는 보이는데 의미가 파악이 안 되는 거예요. 제 머릿속은 그때 마치 꺼진 텔레비전 같았어요. 화면은 있는데 신호가 없는... 그런 상태였죠.


"그래도 미라클 모닝이라는 게 있으니까,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며칠 더 시도해봤어요. 둘째 날도 5시 30분에 일어났고, 셋째 날도, 넷째 날도...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어요. 졸린 눈으로 책 보기, 흐릿한 정신으로 멍하니 앉아 있기.


심지어 운동을 해보려고 했는데, 새벽에 스트레칭하다가 다시 잠들 뻔했어요. 요가 매트 위에서 "아, 이 자세 편하다"라고 생각하면서 눈이 감기더라고요.


진짜였어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스웠지만요. 저는 정말로 미라클 모닝이 저한테 맞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다 되는데, 왜 나만 안 되지?"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일주일 정도 시도해보고 나서, 포기했어요. 아니, 정확히는 전략을 바꾼 거예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미라클 모닝의 본질이 뭐지?"


곰곰 생각해보니, 미라클 모닝이라는 건 결국 '가장 의지력이 높고 집중력이 좋은 시간에 중요한 일을 하자'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게는 새벽이 그런 시간이 아니었던 거예요.


저는 원래 오후형 인간이거든요. 오후 1시가 되어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새벽 1시쯤 되면 창의력이 폭발해요. 그런데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하니까, 당연히 안 되는 거였죠.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내가 가장 컨디션이 좋은 시간이 언제지?" 답은 오후였어요. 정확히는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였죠. 점심 먹고 약간의 나른함이 지나간 후, 저녁 시간 전까지의 그 시간대가 제게는 최고의 골든타임이었어요.


그 순간, 제 뇌 속 '아이디어 조종사'가 갑자기 나타났어요. "그럼 미라클 애프터눈을 해보면 어때?" 이런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거든요.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었는데, 나는 굳이 '미라클 모닝'이라는 틀에 갇혀 있었어요. 왜냐고요? 나니까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니까요.


그래서 다음 주부터 '미라클 애프터눈'을 시작했어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를 저만의 특별한 시간으로 만든 거죠.


첫째 날, 오후 2시에 책상에 앉았어요. 같은 책을 펼쳤는데, 이번엔 달랐어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고,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어요. "아,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시간 동안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어요.


독서가 끝나고 나서는 가벼운 운동을 했어요. 새벽에 했을 때는 몸이 굳어 있어서 스트레칭도 제대로 안 됐는데, 오후에 하니까 몸이 훨씬 유연하더라고요. 30분 동안 요가를 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개운해졌어요.


그 다음에는 미루고 있던 프로젝트 작업을 했어요. 새벽에는 창의력이 전혀 나오지 않았는데, 오후에는 아이디어가 샘솟듯 나왔어요. 한 시간 반 동안 집중해서 작업한 결과물이, 새벽에 일주일 동안 끙끙댄 것보다 훨씬 나았어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완벽하게 계획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미라클 애프터눈은 달랐어요. 처음부터 제 리듬에 맞게 설계했으니까,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었거든요.


며칠 지나니까 패턴이 확실해졌어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는 독서, 3시부터 3시 30분까지는 운동, 3시 30분부터 5시까지는 창작 활동이나 중요한 업무. 이 시간대에는 정말 집중력이 미친 듯이 좋았어요.


특히 독서 효과가 놀라웠어요. 새벽에는 한 페이지 읽는 데 10분이 걸렸는데, 오후에는 같은 시간에 다섯 페이지를 읽을 수 있었어요. 내용 이해도도 훨씬 높았고요.


운동도 마찬가지였어요. 새벽에는 몸이 뻣뻣해서 간단한 스트레칭도 힘들었는데, 오후에는 복잡한 요가 동작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어요. 심지어 운동 후에 더 활력이 생기더라고요.


가장 큰 변화는 하루의 리듬이었어요. 미라클 모닝을 할 때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느라 하루 종일 피곤했는데, 미라클 애프터눈을 하고 나서는 오히려 하루가 길어진 기분이었어요.


내 머릿속은 이제 마치 정시에 시동 걸리는 자동차 같아요. 오후 2시가 되면 자동으로 '집중 모드'가 켜지는 거죠.


친구들이 신기해했어요. "너 요즘 부지런하다"고 하면서요. 실제로는 시간만 바뀐 건데, 효율성은 몇 배로 높아진 거죠.


그리고 깨달은 게 있어요. '미라클'이라는 건 특정 시간대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중요한 건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인 거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게 진짜 미라클인 것 같아요.


요즘에는 미라클 애프터눈이 완전히 일상이 되었어요. 오후 2시가 되면 자동으로 책상에 앉게 되고, 그 시간만큼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저만의 성역이 되었죠.


가끔 사람들이 물어봐요. "미라클 모닝 안 해?" 그럼 저는 이렇게 답해요. "미라클 애프터눈 해요. 훨씬 효과적이거든요."


처음에는 다들 "그게 뭐야?"라고 하는데, 설명해주면 "아,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네"라고 해요. 실제로 몇몇 친구들은 저를 따라서 자신만의 '미라클 타임'을 만들기도 했어요. 어떤 친구는 '미라클 이브닝'을, 또 다른 친구는 '미라클 런치타임'을 만들더라고요.


결국 중요한 건 남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새벽형 인간이 되려고 억지로 노력했던 시간들이 아깝기도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제 자신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새벽형 인간이 아니라 오후형 인간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여러분, '미라클 모닝'이 안 맞는다고 해서 포기하지 마세요. 대신 자신만의 '미라클 타임'을 찾아보세요. 음... 그냥 지금 오늘 오후 2시에 뭘 할지나 계획해봐야겠네요. 또 다른 미라클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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