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고수
대나무는 처음 5년 동안은 땅속에 뿌리를 내리며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그 후 6주 만에 지상 30미터 높이로 자랍니다.
아들아,
이 정도 하면
이쯤 되면
너도 뭔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니?
엄마는 네 성장을 도와주는 사람인데
내가 너보다 더 애타하고 고민하는 것 같은데
이건 아니지 않니?
엄마, 몰라?
대나무가 5년을 땅 속에 있다가 그 뒤로 한 달 만에 엄청 자라는 거?
엄마는 몰랐어?
(네가 오늘은 대나무를 데려다가 이입하는구나.)
"그래서? 네가 대나무야? 넌 5년 지났잖아."
"엄마 난 대나무가 아니라 사람이잖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래서 너도 어느 날 갑자기 자란다는 거네?"
"응!"
오늘은 또 어디서 본 대나무를 방패로 삼다니
이렇게 오늘도 한 발 물러선다.
너라는 아이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어쩌면 기대도 하게 만드는)
밀당의 고수다.
요즘 아이들은
대놓고 "안 해", "하기 싫어"라는 말을 잘 안 한다.
징징 거리며 유지를? 유지는? 한다.
왜-
자신의 자람과 공부에 있어
부모의 관심과 걱정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거다.
"하기 싫어? 그래, 하지 마."
이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거다.
학원비는 점점 오르고
내 마음만큼 하진 않는 요 녀석 때문에
고등학교에 있는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자
"야 요즘 애들은 학원 보내주는 만큼 부모의 사랑을 느끼더라."
"왜? 지들한테 돈 써서?"
"그래 지들도 학원비 얼만지 알면 두근대겠지."
아들아, 너도
기를 쓰고 학원만큼은 거부하지 않는 건-
사랑이 끊어질까 봐 두려운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