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아리 Aug 10. 2024

네가 대나무야?

밀당의 고수

대나무는 처음 5년 동안은 땅속에 뿌리를 내리며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그 후 6주 만에 지상 30미터 높이로 자랍니다.  

아들아,

이 정도 하면

이쯤 되면

너도 뭔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니?

엄마는 네 성장을 도와주는 사람인데

내가 너보다 더 애타하고 고민하는 것 같은데

이건 아니지 않니?


엄마, 몰라?

대나무가 5년을 땅 속에 있다가 그 뒤로 한 달 만에 엄청 자라는 거?

엄마는 몰랐어?


(네가 오늘은 대나무를 데려다가 이입하는구나.)


"그래서? 네가 대나무야? 넌 5년 지났잖아."

"엄마 난 대나무가 아니라 사람이잖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래서 너도 어느 날 갑자기 자란다는 거네?"

"응!"


오늘은 또 어디서 본 대나무를 방패로 삼다니

이렇게 오늘도 한 발 물러선다.


너라는 아이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어쩌면 기대도 하게 만드는)

밀당의 고수다.


요즘 아이들은

대놓고 "안 해", "하기 싫어"라는 말을 잘 안 한다.

징징 거리며 유지를? 유지는? 한다.


왜-

자신의 자람과 공부에 있어

부모의 관심과 걱정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거다.


"하기 싫어? 그래, 하지 마."

이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거다.


학원비는 점점 오르고

내 마음만큼 하진 않는 요 녀석 때문에

고등학교에 있는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자

"야 요즘 애들은 학원 보내주는 만큼 부모의 사랑을 느끼더라."

"왜? 지들한테 돈 써서?"

"그래 지들도 학원비 얼만지 알면 두근대겠지."


아들아, 너도

기를 쓰고 학원만큼은 거부하지 않는 건-

사랑이 끊어질까 봐 두려운 거니?


이전 07화 샤프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줄 알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