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한편

10. 혜성

목동과 소년, 그리고 아스라이 흐르는 샛별

by 김의목

목동과 소년, 그리고 아스라이 흐르는 샛별


#10 <혜성>


자존심이다.
하릴 없는 자존심.

네 질문에 수백 수천의 단어를
답장이라는 글자로 담아주고 싶지만.

어째 네 마음은 그렇지 못할까봐 무서워
애써 짧은 답을 고르고 골라 무심한 것만.

오래전,

언젠가 너를 생각케 하는
혜성을 보았다.

들려줄게 많은데
어찌 그리 빨리도 가던지.

바쁜 삶의 사람이지만, 그래도 답장 정도의 온기는
지니고 사는 소년인데 친구란 이름의 어른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오늘은 호수에 앉았다.

잔발에 파랑 동동
물결 오르내리는 쪽빛 호수.

은하수 두개 피어오른
밤풍경에 녹아드는 시간.

늦가을 서리에
감정을 던진다.

툭, 툭.

퐁당, 퐁당.


무심히도 가라앉는


감정.

툭, 툭.

퐁당, 퐁당.

충분히 여울을 즐겼다는 생각에
기지개를 피자 고요가 술렁인다.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더니.


좋아하는 하얀 달빛을, 사랑하는 파란 안개꽃을 띄워보내도 묵묵히 건져올려는 이별의 시간.

어쩌면 나는 호수의 혜성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진: Unsplash의 Jordan Steranka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