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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May 31. 2022

안녕 자궁

1편 - 뭐?? 구멍이 세 개라고?? 그럴 리가!!

여는 글

어느 날 문득 나와 45년을 함께 해온 자궁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졌다. 포궁이란 표현을 지지하고 그래서 포궁으로 글을 쓸까 했으나 40년 넘게 자궁이라 불러왔던 내 몸속에 이 아이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려니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다. 나는 이 아이와 함께 하면서 내 인생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을 잔잔히 풀어놓으려고 하기에 이 글에서는 자궁이란 표현을 쓰려한다. 나의 자궁 이야기 시작한다.  



어느 날 자취방에서 때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내 몸에 오줌 나오는 구멍과 변이 나오는 구멍 사이에 구멍이 하나가 더 있다고 주장한 후배 때문이었다. 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여겼다. 생각해봐라. 스무 살이 넘도록 내 몸에 구멍이 몇 개 인지도 모를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곧 후배는 "언니. 도대체 중고등학교 성교육 시간에 뭘 들은 거예요. 언니 말대로 오줌 나오는 곳에서 피가 나온다면 오줌 참듯이 흐르는 피도 참을 수 있어야 하잖아."라며 20대가 나누기에는 한참이나 어이없는 이 대화에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내 몸에 대한 대책 없는 무지함을 느닷없이 들킨 뒤 잠시 정신이 얼얼한 탓에 눈만 꿈뻑이다가  "대한민국 교육 정말 문제야 문제!!"라고 외치며 벌떡 일어나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혼자 길을 걷다 보니 그동안 마땅히 물음표를 붙였어야 이해 가능했던, 그러나 물음표를 붙이지 않았던 수많은 이야기와 장면들이 한꺼번에 느낌표로 다가왔다. 맞네 맞아. 정자가 자궁으로 들어가는 길이 요도 일리가 없지 않은가. 요도와 자궁이 연결되어 있으면 방광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리고 요도를 통해서 팔뚝만 한 아이가 나오는 건 아무래도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정자가 요도를 통해 들어가면 방광으로 가잖아. 그것도 말이 안 되잖아. 10초만 생각해도 전혀 말이 안 되는걸 후배에게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었으니. 아.. 대한민국 교육 정말....


깨달았다. 내가 그 구멍의 존재를 왜 인식하지 못했는지. 써먹어본 적이 없어서다. 한 달에 한번 어김없이 피가 흐르길래 배출하기만 하는 구멍이라 인식하니 당연히 방광에 쌓였다가 나오는 오줌쯤으로 피를 인식하고 있었던 게다. 피만 나오는 게 아니라 정자가 들어가기도 하는 구멍 그러니까 입에 음식을 넣듯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듯 귓구멍에 귀이개를 넣듯 얼굴이 아닌 구멍에 뭔가를 넣을 수 있다는 경험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이론적으로 뭐라 뭐라 교육을 받았어도 (물론 물리적인 작동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가르쳐준 사람 하나 없지만) 나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다.


그렇게 나는 20대에 들어서 내 몸에 있는 질이라 불리는 구멍이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자궁 (난자와 정자가 엄청난 세포분열을 하기 위해 궁궐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켜주는 집)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고 지금 이야기는 20년도 훨씬 더 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너무 순진한 척하지 말라며 코웃음 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질이 피만 쏟는 곳이 아니라 정자가 들어가는 길이라는 걸 몸소 경험하고 낳은 딸이 6살 때 어린이집에 다녀와서 이렇게 말하는 순간 나는 20년 전 그때처럼 정신이 정말 얼얼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아기씨를 엄마한테 넣어 주면 엄마 아기씨랑 만나서 아가가 태어난데. 그런데 아빠 아기씨는 고추에 있다는데 아기씨를 어디로 집어넣어? 배꼽으로? 똥꼬로?"


2편 까만 비닐봉지에는 과자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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