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은 왜 생기는가: 기준 감각을 잃은 사회

교육 현장 르포 <열등감 구조- 기본편 1편>

by 조영철


“저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요? “라는 질문은 곧, “지금 저는 누구와 비교되고 있나요? “라는 내면의 외침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흔히 열등감을 개인의 성격 문제, 의지력 부족, 혹은 멘털의 취약함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열등감의 뿌리는 그보다 훨씬 더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기반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열등감은 우리가 스스로 정하지도 않은 기준 감각이 흔들릴 때 발생합니다. 그 기준은 외부에서 왔으며,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안에 주입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마치 ‘그게 원래 그런 거지’라고 여기면서요. 이 글은 그 감각이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우리가 어떻게 회복해 나갈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1. 비교는 본능입니다. 그런데 왜 고통스러울까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비교하며 성장합니다. 비교는 원초적인 학습 도구이며, 우리는 그것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고 방향을 잡아갑니다. 친구의 시험 점수, 외모, 말투, 부모님의 직업, 집안의 분위기 등—이 모든 것이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비교가 더 이상 자극이 아닌 상처로 남기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비교의 기준이 너무도 강력하고 단일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반에서 1등’ 같은 비교적 좁은 범위의 기준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국 단위를 넘어 글로벌 수준의 기준이 일상적으로 작동합니다. SNS 피드 속에는 고등학생 CEO, 청소년 유튜버, 해외 명문대 합격생들의 일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입받습니다. “이게 보통이야. 너는 아직 멀었어.”


문제는 이 기준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입니다. 마치 그것이 기본값인 것처럼 말이죠. 우리가 동의한 적도 없는 기준들이 우리의 삶을 재단합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검열하며, 결국은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잃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열등감은 시작됩니다.



2. ‘기준 감각’은 내가 누구인지를 지키는 나침반입니다


기준 감각은 사회가 은근히 강요하는 ‘보통’, ‘평균’, ‘정상’ 같은 외부 기준에 무비판적으로 물들지 않고, 자기 삶의 중심을 스스로 인식하고 유지하려는 감각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나의 기준’을 지키는 감각입니다.


사실 어떤 기준이든, 그것을 만든 건 누군가의 통계나 평균일 뿐입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마치 ‘절대적 진리’처럼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이 감각을 우리가 회복하지 못하면, 남이 정한 기준이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기존에 사회가 강요해 온 잣대. 너의 특별함을 지우고 사회의 평균을 따라가라는 강요와 대척점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기준 감각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합니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것처럼 보여도, 각자의 위치, 출발선, 속도, 장애물은 다 다릅니다. 그 차이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 바로 기준 감각입니다. 지금의 사회는 그 차이를 무시하고 모두에게 너무 하나의 길, 하나의 속도, 하나의 방식만을 강요합니다.


사실 이 감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누구와 있을 때 편안한지, 어떤 일을 할 때 시간이 잘 가는지를 아는 감각 말입니다. 하지만 그 감각은 사용해 보기도 전에 외부의 기대와 비교 기준에 의해 덮이고 맙니다. 입시 중심 교육, 부모의 강한 기대, 대중매체가 주입하는 성공 서사 등은 학생이 자기 감각을 느끼기도 전에 판단해 버립니다. “이건 좋아하지만 쓸모없잖아”라고 스스로 말하게 만드는 구조. 이 구조는 자기 기준을 배제하고, 외부 기준만 남기는 사회적 메커니즘입니다.


기준 감각이 무뎌질수록 열등감은 강해집니다. 자기 삶의 방향에 스스로 책임질 수 없게 되면, 자존감도 자라지 못합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3. 학교에서 열등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특히 학교는 열등감 구조가 작동하기 쉬운 공간입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많은 선생님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까지 갑니다. 지금 이 등수면 대는 어렵습니다.”


학생들의 가능성은 통계와 데이터로 빠르게 예측되며, 그 말은 곧 ‘넌 안 된다’는 선언처럼 들립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런 말에 순응하며 자신을 낮춰버립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정말 이게 나의 한계일까?’


열등감은 이런 순간에 생깁니다. 누군가는 이를 반발심으로 바꾸어 동기부여로 전환하기도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그 상처를 안은 채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됩니다. 그 열등감은 단순한 성적 문제가 아니라, ‘나는 안 될 사람’이라는 감각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렇다면 이 구조를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고1이나 고2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는 구조적인 비판은 지금을 바꿀 수 없죠.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이야기도 해야겠죠. 우리나라 입시는 잔인하지만 “마지막에 뒤집히는 싸움”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의 내신, 지금의 등수는 그 자체로 완결이 아닙니다. 아직 다음 내신, 다다음 내신, 마지막 수능이 남아 있습니다. 학생들은 지금 열등감을 느끼기엔 아직 이릅니다. 지금은 그 감정을 ‘미룰 수 있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매일 1등이 부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무너질 수 있고, 1등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 내가 성적으로 열등한 것 같아도, 나중에 올라갈 수 있다면 그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입시는 그런 변수가 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등수가 낮은 학생들에게는 이 구조가 역설적으로 ‘기회’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등수로 대학이 결정되길 바라는 쪽은 오히려 상위권일 수 있습니다. 기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4. 열등감은 개인의 결함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열등감을 스스로의 약점이라 여기고 부끄러워합니다. “제가 멘탈이 약해서요”, “원래 자신감이 없어요”라고 말하곤 하죠.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진실입니다. 열등감은 개인의 자존감 문제이자, 동시에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준 감각을 흐릿하게 만드는 구조는 아주 광범위합니다. SNS 알고리즘은 타인의 성공과 성취만을 전시합니다. 입시 제도는 정답만을 요구하고, 빠른 문제 해결 능력을 우대합니다. 사회는 경쟁을 미화하고, 느린 속도와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준 감각이 작동하기 어렵고, 그 자리를 열등감이 메우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자존감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존감은 의지로 생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존감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실현하고, 그 가치를 누군가와 나눌 수 있을 때 자랍니다. 다시 말해, 자존감은 자기 기준이라는 토대 위에 피어나는 꽃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자존감과 자신감은 다릅니다.

•자신감은 어떤 과업이나 능력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합니다. 즉, 성적, 기술, 문제 해결력 등 ‘우열이 존재하는 영역’에 관한 감정이죠.

•반면 자존감은 존재 자체에 대한 감정입니다. 정체성, 신념, 가치관—이런 요소들에는 옳고 그름이나 우열이 없습니다. “나는 진보가 좋아”, “나는 조용한 사람이 좋아” 같은 감정은 ‘호불호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열등감이 심각해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자신감의 결핍이 자존감의 영역까지 침범할 때, 즉 시험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나는 부족한 인간’이라 느끼는 순간, 우리는 자신을 전체적으로 부정하게 됩니다. 열등감은 그렇게 개인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잠식하게 됩니다.



5. 기준 감각을 되찾는 질문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감각을 다시 일깨울 수 있을까요? 그 출발점은 작지만 분명합니다. 질문하는 일입니다.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의 일상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세요.

•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 내가 몰입했던 활동은 무엇이었나?

•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은 누구의 기준에서 출발한 것인가?


이 질문들은 단지 자아 성찰의 도구가 아닙니다. 지금껏 잊고 있던, 혹은 억눌려 있던 기준 감각을 다시 깨우는 시작점입니다. 외부의 기준에 길들여진 자신을 일깨우는 과정이며, 동시에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기준 감각을 되찾는 여정은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외부 자극, 비교, 실패감이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입니다. 그 태도가 쌓일 때 우리는 조금씩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중심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열등감 구조에서 살아남기 – 말로 잘리는 가능성과 기준 감각의 회복


기준 감각을 잃은 사회에서 열등감은 구조가 만든 감옥이 됩니다.

그 구조는 ‘말’이라는 이름으로 작동합니다.

“넌 안 돼”, “대는 힘들어”, “1등은 정해져 있어” — 우리는 이 말을 듣고, 믿고, 결국 스스로 가능성을 자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학교와 사회 속 말의 구조가 어떻게 열등감을 고착화시키는지, 그리고 그 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기준 감각의 회복 방법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구조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실천으로 자기만의 속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열등감 구조에서 살아남는 실질적인 전략과 회복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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