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정신과 이야기- 데이터로 본 나의 회복 1편>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제가 병이 있는 동안 쌓였던 저의 데이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약을 먹을 때 ADHD여서 그런지 약을 먹는 걸 놓치는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곳에다가 달력을 붙여놓고 표시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니까 약을 먹는 빈도가 매우 높아지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기록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일단 저는 아침약과 저녁약을 먹었습니다. 아침약을 먹으면 /표시를 합니다. 저녁약을 먹으면 \표시를 합니다. 그래서 /와 \를 겹쳐서 X를 만듭니다. 그날 X표시가 되어있으면 그날 할당된 약을 다 먹었다는 뜻이 됩니다.
7월과 8월에는 복용 시간을 함께 적어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록이 조금 번거로워져서 다음 달에는 단순히 복용 여부만 표시했습니다. 그래도 충분했습니다. 약 달력은 나를 통제하는 도구가 아니라, 저 자신을 지켜보는 하나의 창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달력을 저와 같은 병이 있으신 분들에게 무조건 추천합니다. 이 달력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배포되어 있는 달력입니다. 다운로드하여서 저처럼 눈에 보이는 곳에 달력을 붙이시고 표시를 하신다면 약을 훨씬 더 많이 먹게 될 것입니다.
몸이 망가지면 마음이 흔들리고, 마음이 흔들리면 몸이 먼저 신호를 줍니다. 그래서 저의 물 그래프는 단순한 건강 데이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해주는 거울’ 같은 거예요. 그래서 중요한 자료입니다. 물의 양은 곧 제 하루의 리듬입니다. 물을 마신 양이 적은 날은 마음의 여유도 줄었고, 물을 충분히 마신 날은 신기하게도 기분이 한결 평온했습니다. 저는 이제 물의 그래프를 보며 제 병의 그림자를 읽습니다. 그리고 수치는 감정보다 정직합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 7 월이랑 11월에 안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2023년의 그래프에는 공백이 많았습니다. 물을 마시지 않은 날보다 기록조차 하지 않은 날이 더 많았죠. 그 해의 평균은 1,442 mL. 제 몸보다 먼저, 제 마음이 말라 있었던 해였습니다.
그러다가 2024년에는 그래프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평균은 1,524 mL. 여전히 들쭉날쭉했지만, 파란 막대들이 하나둘 생겨났습니다.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고, 내 하루를 기록하려 애쓰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11월, 막대는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달의 나는 물을 잊었고, 스스로를 잊었습니다. 그리고 주로 평균 1,250ml가 넘지 않는 1월 4월 8월 10월 12월은 병으로 힘든 적이 더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5년, 나의 하루 평균 물 섭취량은 1,390mL입니다. 1,442ml->1,524ml ->1,390ml 이 과정을 봤을 때 올해의 상황이 가장 안 좋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10월 다시 힘들었던 나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다시 약을 열심히 먹으면서 다시 호전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을 씀으로써 조울증이라는 병에 대해서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독자분들께서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물을 마신 날보다, 기록을 남긴 날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기록은 제가 여전히 저를 관찰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물의 양은 곧 저의 리듬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 해의 그래프는 병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제가 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이는 숫자가 단순한 건강 데이터가 아니라 회복의 서사이자, 자기 인식의 연대기라고 생각합니다..
자료 출처: 삼성 헬스 앱 물 데이터 기록
이 글은 『5살부터 PTSD, ADHD, 조울증』 시리즈 <5부 정신과 이야기-데이터로 본 나의 회복 편>의 1편입니다.
아직 회복 중인 마음으로, 17년간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