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은 정확히 남쪽을 가리키고 있다. 지붕 정자석 4면은 각각 동서남북 방위를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창문이 정남향이기 때문에 추분과 춘분에는 햇빛이 창문 안을 가득 채우고 하지와 동지에는 햇빛을 전혀 못 받기 때문에 창문에 비친 햇빛으로 추분, 춘분, 하지, 동지를 구분할 수도 있다. 구성돌은 총 360~362개로 1년을 상징한다. 기단부를 포함한 층수는 28단, 즉 28 별자리를 뜻하며 지붕 정자석 2단까지 합치면 30단 즉 한 달이다. 28단 중 창문이 있는 4개 단을 제외하면 총 24단이고 창문 기준 위아래로 12단씩 있으니 12달과 24절기를 의미한다. 고대 신라의 천문학 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라는 질문에 말하지 못하는 우리의 신라 조상들은 묵묵히 남겨놓은 첨성대로 모든 걸 입증해낸다.
첨성대는 신라 27대 왕인 선덕여왕 때 제작되었다. 선덕여왕은 천문학에 유독 관심이 많았고 천문학을 통해 계절, 기후를 정확히 관측해 백성들의 농사를 진흥시키고자 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정밀하고 정확하고 상징적인 첨성대는 당시 신라인들이 천문학과 관련하여 지금과 견주어도 크게 다를 바 없는 지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도 있다. 이런 게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이며 시간을 거슬러 우리의 선배들과 교감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첨성대는 천문관측기구로 알려져 있고 이 첨성대에서 어떻게 별을 관측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지기수로 나오고 있으나 첨성대는 천문관측기구가 아니다. 첨성대를 통해 별을 관측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들을 보면 10대 학생들이라도 "저렇게까지 불편하게 별을 관찰했다고?" 하고 의아해 한다. 첨성대는 어떻게 봐도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무엇보다 평지에 있다. 별을 관측하는 기구가 높은 곳에 있지도 않고 평지에 있다는 것은 그 본질적 기능이나 의미에 대해 고찰해봐야 한다.
지금은 첨성대를 천문관측기구로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첨성대의 정체는 무엇인가? 첨성대의 기능에 대해서 콕 찝어 말해주는 기록이 없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천문관측을 담당하던 관청에 있던 상징적인 조형물로 보는 게 가장 타당하다. 아마 천문관측기구는 따로 있었을 것이다.
기능이야 어쨌든 매끄러운 호리병 라인의 첨성대는 조형적으로도 아름다우며 그속에 수놓인 신라인들의 천문학적 애정과 관심, 지식들은 첨성대의 가치를 무한대로 확장해준다. 이제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첨성대가 있는 한 첨성대를 보며 상상으로나마 별을 헤보고 싶다. 오늘밤에도 별은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