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ward Yoon Mar 10. 2022

고위직의 처세술

 예전에 같이 일하던 개발자 친구를 만났는데 그 회사가 최근엔 투자에 난항을 겪으며 구조 조정을 진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내가 속했었다는 것으로 심경이 잠깐 복잡하기도 하였다. 영원한건 없는데 특히 기업이 10년 이상 영속해나가기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한 개인의 사정도 복잡한데 성장과정의 기업 1년이라는 세월 속에 희노애락은 또 얼마나 복잡할까.


 나이가 나이다보니 최근 주변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나 후배들이 고위 임원자리로 가는 경우를 종종 보고 있다. 다들 알아서 잘 해나가리라 믿지만 여러 사이클을 경험해본 바로는 우려도 적진 않다.


 특히 기업의 히스토리나 진화 과정을 모른체 합류하여 겪을 시행착오나 사람 간 문제, 그리고 이해 관계와 시장에서 받을 평판 등은 뜻대로 또는 사실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아주 쉽게 왜곡 된다. 그러한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나 처세술은 어디서 배우기도 어렵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여기에다 생각나는 몇 가지를 끄적여본다.


 첫번째는 잘 들어가야하고 잘 헤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내 결정이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누군가 사업이 잘 안되는 이유를 물어보면 원인이야 많겠지만 중책을 맡았다가 책임감 없이 떠나버린 사람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아주 흔하다. 그래서 자신없으면 미리 피하면 더 없이 좋은 것이고, 이미 벌어져 피할 수 없으면 이후 소개하는 두번째와 세번째 방법을 써라.


 두번째는 바래왔던 어떤 본인만의 이상적인 꿈을 꾸기보다 단지 일로써만 생각하는 편이 좋다. 가끔 드는 생각이 내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바라는 나에 모습은, 반전 드라마나 영화 같은 삶을 바라기보다 내 일이 있고 세상 속에 속해있고 내 주변의 무언가를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길 원한다는거다. 그래서 조그마한 소사회 안에서의 인정과 보상과 체면과 관계에서 발생하는 기타 복잡한 이야기는 사실 내 인생에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정직, 겸손, 무욕 이 세가지로 정의된 척도는 인생을 살면 살아볼수록 소름이다. 그 이상은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환경 안에서 성과를 내고 스스로를 증명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정치질을 하게된다. 경험과 지혜를 내 성과와 존재 가치 증명에 활용하지 않고 팀 전체의 성장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결국 무욕과 정직함이다). 다만, 이건 명시적인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든 평가절하되도 할말은 없다. 그렇지만 다시 첫번째 이야기로 돌아가 손해봐주고 끝을 내면 언젠가는 그것이 더 나은 행동이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