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병문안
[ 총각무 지짐이 ]
총각무
파
다진 마늘
오일
< 양념 >
파넬라슈거(원당)
참기름
진간장
물
어머님께서 총각무가 드시고 싶다 하셨지만 김치가 신맛이나기 시작해서 지짐이로 만들어 보았다.
병원에 도착해 아버님을 뵈니 얼굴에 온기가 돌아 훨씬 건강해 보이신다. ‘혈색이 돈다’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느낄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에 아버님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입원해 계신 병원을 옮겨야 하는데 옮길 병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은 듯하다. 만약의 경우 집으로(아버님&어머님댁) 모셔야 할 수 있는 상황이라 목에 끼고 계신 호수와, 호흡기등 의료장비들도 함께 가야 할 테니 남편은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도와주고 싶다.
요즘은 내가 잠이 많아 잠을 이겨내는 것이 고단하다. 일찍 일어나 병원 갈 준비를 해야 하는 날에는 무거운 눈꺼풀을 뜨고 몸을 일으키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이겨내기 힘든 숙제 같다. 아무래도 산책이 줄어든 것이 이유인듯하니 산책 가는 횟수를 늘려야겠다.
친구가 레터링케이크가게를 차리고 난 후, 홈베이킹으로 공부하던 베이킹도구와 베이킹책을 선물로 줬다. 식단을 하느냐고 뜸해졌던 베이킹이었는데, 친구로 인해 다시 오븐에 열기를 돋을 수 있었다.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건 시나몬롤빵. 어머님이 빵을 좋아하셔서 같이 가지고 가니 맛있다고 좋아하신다.
며칠 뒤 언니와 조카에게 줄 대량의 시나몬롤빵을 끝으로, 강력분 밀가루와 파넬라 슈거를 모두 사용했다. 재료를 모두 소진하고 나니 시원한 마음이 든다.
처음 아버님이 쓰러지셨을 때, 한국에 있는 내가 남편과 시댁에 금전적 보탬이 못되었다. 그것이 제일 죄송스럽고 무력하게 느껴졌다.
살다 보면 어떠한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마음을 정성스럽게 먹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요리를 해주거나, 청소를 하거나, 많이 공감해 주고, 잘 웃어주며 최선을 다한다.
그 행위들에 ‘사랑’을 담으려고 늘 의식한다. 사랑만큼 모든 것이 지난 후에 표가 나는 것은 없다. 그래서 난 사랑하고 또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