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엄마의 엄마
바쁜 아침
문 앞을 나서며
잠시 뒤돌아본다
내 아이를
안아 든 엄마의
조용한 손길
그 손끝에 스민
세월의 온기 하나
말없이 흐르며
우리를 이어준다
시간 속에 스며든
작은 향기들
교복에 남았던
세탁비누 냄새
함께 마주 앉은 카페
한 모금의 꽃내음
그리고 손녀를 돌보는
땀의 온기까지
그 모든 것은
세대를 건너는
다리였다
나는
그 손을 바라본다
한때 내 손을
감싸주던
둥글고 따뜻한 손
이제는
가늘고 마른 손끝으로
내 딸의 손을
닦아주고 있다
그렇게
시간을 건너는 사랑은
조용히 이어지고
우리는
그 온기 속에서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오늘
내 딸의
엄마의 엄마를
사랑한다
그리고 이 순간
나는 다시
엄마의
어린 딸이 된다
* 열음-박소진 작가님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쓴 시입니다. 박소진 작가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