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동행
그녀가 걷는 길을
바라본다
비탈에 핀 들꽃처럼
그녀의 걸음은 조용하고 단단하다
그녀가 꿈을 향해 나아갈 때
바람이 되어
그 꿈의 뒷모습을 밀어준다
사랑은 손을 붙드는 일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다른 속도로 걷는 일이다
그녀의 눈이 닿는 곳이
세상의 끝이라면
나는 그 끝에서도
그녀의 발자국을 따라갈 것이다
바람은 멀리서 불지만
언제나 그녀의 어깨 위에서 멈춘다
그녀가 멈출 때
나도 조용히 멈춘다
조용한 그림자로 머문다
그녀가 다시 나아갈 때
아무 말 없이 함께 걷는다
갈증을 적셔주는 마중물이 된다
이것이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의 방식이다
사랑은 손에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같은 방향으로 숨 쉬는
바람의 이름이다
오늘
나는 그 바람으로 남았다
아니
아직도 그 길을 걷고 있다
*** 이 글은 @수담 작가님의 '같은 곳을 보는 두 사람'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쓴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