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8화.
꿈의 관계
크리스마스이브의 오케스트라 공연장이 천천히 어둠을 머금어 갈 때, 저는 조용히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꽃다발에서는 축축한 겨울 공기와 섞인 은은한 향이 피어올랐고, 그 향은 어느 순간 지난 1년 동안 아이들이 쌓아온 시간과 겹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단원들이 모여 합을 맞추던 날들, 그리고 집에서는 아이들 각자가 스스로 악기를 들고 매일 연습하며 음 하나를 완성해 나가던 과정이 제 마음속에서 천천히 되살아났습니다.
아이들이 지금 저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흔들렸을지, 어느 순간에는 울고 싶을 만큼 그 부담감이 무거웠을지 생각하니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떨림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 ‘무게’가 바로 아이들이 스스로 “꿈”이라고 부르는 그 ‘길’이었습니다.
불완전한 음이 나올 때마다 좌절하다가도 다시 악기를 들고, 긴 호흡을 억지로 참아내며 한 박자를 밀고 당기던 그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바로 아이의 꿈이 한 걸음씩 모양을 잡아가던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 옆에는 늘 또 다른 두 개의 꿈이 함께 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손끝에서 음 하나가 제대로 나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준 선생님의 꿈,
연주가 힘들다고 무너질 때마다 말없이 등을 감싸 주던 부모의 꿈.
아이의 꿈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뒤에서 아무 말 없이 모양을 잡아 주던 두 개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첫 트럼펫 소리가 공연장 천장을 흔들었을 때, 저는 한 가지를 아주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한 음은 아이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 음에는 아이의 시간, 선생님의 헌신, 부모의 사랑이 동시에 스며 있었습니다.
그날 무대를 이루고 있던 것은 연주가 아니라, 세 개의 꿈이 서로에게 기대어 만들어낸 하나의 꽃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마음에 시를 적었습니다.
“꿈…
꿈을 꾸는 자
꿈을 잊는 자
꿈을 양보하는 자
그 꿈을 향해
아이들은 길을 떠나고
선생님은 길잡이가 되어 주며
부모님은 아낌없는 희생으로 그 길을 지켜준다
오늘
이 세 꿈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두의 가슴을 울렸다”
캘리시집,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중에서…
이 문장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그날 제가 눈앞에서 목격한 ‘꿈의 구조’를 정확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꿈은 언제나 한 사람이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등 뒤에서 조심스럽게 떠밀어 주고,
누군가가 앞에서 조용히 불빛을 비춰 주며,
누군가가 옆에서 흔들리지 않게 붙들어 주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형태를 갖춥니다.
그래서 저는 독자 여러분께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 매일 쌓아 올리는 성과,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
이 모든 것들은 ‘나 혼자’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뒤에는 늘 묵묵히 우리를 지지해 온 부모님의 긴 그림자가 있고,
우리 옆에는 때로는 스승으로, 때로는 멘토로,
때로는 조력자로서 길을 안내해 준 누군가의 손길이 있으며,
앞에는 우리가 닿고자 하는 꿈이 여전히 흔들리며 빛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지금 우리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스승이 되고, 조력자가 되고,
혹은 든든한 바닥이 되어 주는 또 하나의 ‘꿈의 축’으로 서 있습니다.
아이의 꿈을 지켜주는 부모의 눈빛처럼,
제자의 불안한 걸음을 응원하는 스승의 마음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꿈 앞에서 언제든 조용한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날 공연장에서 울려 퍼지던 아이들의 연주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누군가의 꿈이 잔잔하게 스며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뒤에서 받쳐 주고, 또 누군가의 앞에서 길을 밝혀주는
‘세 개의 꿈의 관계’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존재임을
잠시라도 떠올려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 순간이,
우리 모두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