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는가? 명상일기 시즌1 06
**2004. 7. 12. 비
다시 비가 내린다. 유리창 너머 방충망을 타고 흐르는 빗물, 어린시절 처마 끝에 쪼그리고 앉아 빗소리를 듣던촉촉한 빗방울의 촉감이 그리워 진다. 초가지붕 끝에서 툭! 툭! 튕기는 빗물에 두 손을 내밀면 손등에 사마귀가 생겨 시집도 못 간다고 하시던 할머니의 옛 이야기가 불쑥 떠올랐다.
어쩌면 나는 빗방울 소리에 익숙한 정서를 가져서 일까, 아침마다 잔잔한 지저귐으로 나를 깨우는 십자매 한 상을 오래도록 키워 왔다. 수명을 다하면 다시 같은 종을 분양 받아 수 십년 키우다 보니 각별한 부부애나 모범적인 생활 습관을 엿보게 되어 언제나 기특한 녀석들이다. 수족관이나 새는 환경 정리만 잘 해 주면 늘 시간이 고픈 나에게 칭얼거리지 않아 익숙하고 고마운 나의 보배들이다.
아침 신문을 펼쳐 들었다. 유독 눈에 띄는 "아쿠아라가와 상" 일본 최고의 권의를 자랑하는 문학상이라고 한다. 거기에 얼굴없는 복면의 작가가 후보에 올랐단다. 내가 늘 닮고 싶은 시인이라니, 마치 스승을 만난 듯 잠시나마 내 마음을 알아 주는 것 같아 뿌듯했다.
한 때 나도 유명한 시인이 되고 싶었고,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복면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노출을 자재하고 작품으로만 읽히는 시인이고 싶었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나의 꿈은 소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내 좌우명이 "詩人은 시로 말한다" 였으니, 시인은 시로 말해야 하며 창작에는 무한대로 자유로워야 한다. 라는 결기를 다진 적이 있었다. 오늘 날에는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 무한대의 자유를 누리는 활짝 열린 세상이 아니던가?
ㅡ 96년 출간한 나의 첫 시집 / 여자는 흔들릴 때가 아름답다.1집
**메모란 // 일상의 소소한 감동과 시류의 기사 등을 캡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