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시베리아에 빠지다 15
ㅡ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저 위압감 넘치는 영민한 눈빛, 사려 깊고 치밀한 관찰자가 나를 쏘아보며 한마디 내밷는다.
경쟁과 희생을 피하려는 철저한 영역주의자 숲의 제왕은 언제나 고독하다.
ㅡ 내 초상권 돌려줘~
한반도에서 쫓겨난 지가 언젠데 무슨 염치로 내 초상권을 무단 사용하는지 따져봐야 겠어. 토끼로 둔갑시킬 땐 정말 비참했어. 요즘 뻑, 하면 나를 팔아 수작부리는 거 다 알아 우린 한 발짝도 그곳에 들일 수 없는데 말이야, 그런데 웃기더라, 이번 동계올림픽 때 참 보기 좋았어. 나도 모르게 신바람이 났거든.
ㅡ 통째로 내줄 수 있겠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백두대간이 우린들 싫겠니?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제왕다운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풍모를 지닌 신비의 그 자태, 숲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할 수 있겠어? 우린 행동반경이 진짜 장난 아니거든 그리고 그 거 알아!! 제발 집구석 쌈박 질 좀 하지 마! 쪽팔려 죽겠어.
백 두 대 간 금 수 강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