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내 그릇의 크기만큼 사람을 본다!(3)

by ILMer

"리더가 항상 모든 업무를 아우르는 베테랑일 필요는 없다."

훌륭한 리더의 의사결정 체계는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피력하도록 장려하고, 그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종 결정한다. 그리고 책임은 리더의 몫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리더들은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리더의 생각이 최종 결정으로 남게 된다.

리더는 만능이 아니다. 실제로 자신의 업(業)에만 수십 년간 몸담았던 사람들도 특정분야만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에 조직 전반을 아우르는 것은 쉽지 않다.

리더에게는 오히려 뛰어난 용병술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임기동안 아무리 공부해도 따라갈 수 없는 그 분야의 실무 전문가들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현역시절 뛰어난 기량을 보였던 운동선수들 중에 지도자로 성공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히려 특별한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훌륭한 감독이나 코치가 된 경우가 많다.

감독이나 코치가 직접 경기를 뛰는 것이 아니기에 경기장을 아우르는 뛰어난 기량은 애초에 그 자리에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가장 적합한 선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운용하는 판단력이 더욱 필요할 뿐이다.


‘공(功)을 세웠으면 상(賞)을 주되, 자리는 주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자리는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잘못된 인사로 망가진 조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번 오염된 물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 오염이 진행된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물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무능한 리더가 머무는 동안의 병든 조직을 다시 원래대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도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의 투여가 필요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질이 없는 사람에게 리더의 자리를 주는 것은 조직을 퇴보하게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회사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논공행상'이 벌어지고, 상(賞)으로 자리를 보장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느 해, 내가 있던 회사의 CEO 인사가 있었다. 그룹의 가장 실세였던 분의 소위 오른팔이 회사의 신임 CEO로 내정되었다. 그 인사를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렸지만, 그룹 최고경영진의 신임을 두텁게 받는 상황이라 모두가 쉬쉬했다.

신임 CEO를 소개하는 모 신문의 기사는 “직접적으로 업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그동안 그룹에서 핵심업무를 두루 경험해 봤기 때문에…” 라며 과거의 업적이나 경력을 열거하며, “거기서 보여준 능력에 비추어 누구보다도 회사를 성장으로 이끌 적임자로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라는 누가 봐도 그룹 홍보팀에서 건네어주었을 법한 '궁색한 선임의 변(辨)'을 추천의 이유로 언급했다.

당시 신임 CEO가 부임을 하고, 임원과 관리자들은 그의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부임 초기에 이루어지는 본부 및 부서 단위의 업무보고조차도 생략된 채 몇 주 동안 CEO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디에 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여전히 그는 그룹 수뇌부의 개인적 일에 깊게 관여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한 회사의 최고 리더로서 자신의 노력과 역량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영전케 해 준 상사의 참모로써 그를 돕고 있었다. "당시 CEO의 선임이 시기적으로 적합했나?"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한 조직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자리에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여전히 자신을 발탁해 준 상사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가뜩이나 CEO의 교체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몸과 마음이 부재중이었던 신임 CEO로 인해 회사는 한동안 리더십의 공백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무능한 리더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무관심한 리더인지도 모르겠다.


회사나 조직을 이끄는 대표나 리더의 자리는 누군가의 경험과 이력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그 자리에서 증명해야 하는 프로페셔널한 자리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임기라는 기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인사가 항상 공정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공정하지 않은 인사의 변명처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가져다 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자리는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자리는 능력이 되는 사람에 의해서만 빛이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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