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2)

by ILMer

우리는 흔히 이런 착각을 한다.

자신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도 그것을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거라는...

우리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정말 공부를 많이 한 교수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명강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명강의를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기만 하기도 한다.

남을 이해시키려 하면서 내가 이해하는 말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간혹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어려운 전문 용어로만 말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남이 알아듣지 못할 전문 용어를 나열하는 것이 마치 자신의 전문성의 격을 높이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상대방은 자신처럼 고차원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항상 말은 내가 상대하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상대방의 언어로 해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였던 사람이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일반 서민들의 처지를 이해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들의 문제도 아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부자들의 삶이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니까...

비슷한 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공부를 잘했던 사람은 공부를 못하는 사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의 부름으로 나란히 칠판에 적힌 수학문제를 푸는데, 수학을 잘하는 친구는 문제 앞에서 머리만 긁적이고 있던 친구를 보면, “도대체 왜? 이 문제를 못 푸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주변에 남보다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어 대학에서도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이 있었다. 나름 명문대학교의 수학과에 재학 중이었기에 주변에서 과외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학업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으로 거절을 했지만, 용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강점인 수학과목의 과외를 시작했다. 그러나 몇 달 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 학생은 과외를 포기하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평소 누구보다도 수학에는 자신이 있었으나 생각과 달리 과외를 받는 학생이 수업 내용을 전혀 따라오지 못했고, 결국 학생의 부모님과 상의 후 중도에 포기를 했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 대학생은 실패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공부를 잘하는 것과 남을 잘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다르네요".

수학문제를 풀 때, 시험지의 지문을 보자마자 공식과 풀이과정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자신과 과외를 받는 학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이해시켜야 하는 대상의 상황을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표현하는 연습을 해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사람들이 사지 않으면 상품으로의 가치가 없고, 아무리 지식이 많은 사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머릿속에만 머무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스마트폰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이미 노키아 등 전통적인 휴대폰 회사들에서 아이디어화 되었다. 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그 아이디어는 제대로 어필되지도 못했고, 결국엔 기존 휴대폰 기업들을 도태하게 만든 이유로 회자되고 있다.

항상 이런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 '무능한 경영진', '이미 공룡처럼 거대해진 조직의 비효율적 의사결정 체계', '변화를 싫어하는 관료주의적 회사문화' 등 수많은 문제점들을 마치 공식처럼 열거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실패의 주된 원인이 경영진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연 혁신을 알아보는 사람, 그런 선구자적 안목의 의사결정권자가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나는 스마트폰의 장점과 향후 시장의 판도변화 등을 최고 경영진에게 충분히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일정 부분의 책임이 있다고, 아니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오랫동안 스마트폰만을 연구하고 고민해 온 사람들에게 '앞으로의 트렌드의 변화'나 '스마트폰만의 장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휴대폰사업만으로도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의사결정권자가 새로운 사업에 선뜻 투자를 할 수 있을까?(시장 지배력이 없거나 아예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후발주자였다면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신사업을 제안한 이들에게는 내부 ‘고객’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고객들을 설득할 책임이 있다. 자신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기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진의 무능함만 탓할 것이 아니라 철저히 경영자의 마인드에서 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언어로 말하려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가장 쉽게 설득시키는 방법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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