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나 생각을 적은 것으로 결코, 이 세상의 모든 'T'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내 삶 속에서 가까이 지켜본 여성들의 삶을 바탕으로 '여자의 일생'을 구성하였기에 다소 일반화되었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끝으로,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은 연령이나 작가와의 관계에 상관없이 '그녀'로 표현되었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모든 순간에 늘 어떤 '그녀'가 내 곁에 있었다.
유년시절부터 학창 시절,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내가 '그녀'들과 관련된 삶을 부정하려 해도 내 '어머니'와 '누나들' 그리고 '아내'와 '딸'까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단 하루도 여성들과 떨어진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바라본 '그녀'들에게서 나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나는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약간 분석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가 근무했던 금융회사에서 숫자와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오래 해서인지, 평소에도 일상적인 것들을 분류하고, 그 안에서 더욱 세분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여자의 일생'을 총 5개의 시기로 구분했다.
첫 번째 시기,
솔직히 '사춘기'에 접어들기 이전 남자와 여자 아이를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크게 인식하지 않는다. 남자아이와 큰 차이가 없이 놀고, 웃고, 자란다.
그러다가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 차이는 물론 남녀의 성향적 특성도 '사춘기'가 되어서야 두드러진다.
어느 순간, 예쁜 것을 좋아하게 되고 거울을 보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렇게 예쁜 것을 인지하고 동경하는 것에서부터 비로소 여성성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차츰 이상적인 이성에 대한 생각으로 옮겨가며 성인으로 성장해 간다.
정확히 딸아이도 그랬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하진 못하지만, 특별히 옷이나 외모를 꾸미는데 신경을 쓰지 않던 딸이 엄마에게 예쁜 옷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자신의 이목구비에 대해 불평을 하는 등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 무렵, 딸은 '트와이스'라는 걸그룹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화려하게 무대에서 빛나는 걸그룹 언니들의 모습을 동경하고 자신도 그 언니들처럼 되고 싶어 했다.
'트와이스'의 앨범을 모으고, '트와이스'가 출연하는 방송이 있으면 놓치지 않고 챙겨보기까지 했다.
별관심을 보이지 않는 가족들에게까지 '트와이스'의 소식을 전할 때면, '그녀'의 눈은 항상 초롱초롱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나는 '트와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체감했다.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도 신곡이 나왔다며 더 이상 귀에 이어폰을 가져다주지도 않았다. '그녀'의 이런 급격한 행동 변화에 가족들은 '트와이스'가 해체한걸로까지 착각했을 정도다.
그리고 내게 무엇인가를 숨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남성 아이돌그룹'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아내에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예쁘고 화려한 모습의 여자 아이돌을 동경하고 선망의 대상으로 여겼었지만, 자연스레 사춘기를 지날 무렵에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 아이돌들을 이상형으로 생각하고 좋아하게 된 것이다.
내게는 딸 이외에 이 시기의 여성의 모습을 지켜볼 수는 기회가 한번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의 두 누나들이었다.
누나들과 나는 약간 드라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가족 간에도 '그리 살갑지 않다고 해야 하나?' 서로 직접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안부를 묻는 것조차도 조금은 어색해했다. (물론 우리가 가족으로서 서로에 대한 정(情)이 없다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아무튼 그런 그녀들도 사춘기가 되면서 연예인이 나오는 잡지를 사거나 연예인이 나오는 방송들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들을 드라이하게 대한다고 생각해 왔던 누나들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관심과 애정을 쏟는 모습은 내겐 너무도 낯설고, 놀랍기까지 한 일이었다...!
두 번째 시기가 되면,
많은 여성들은 현실의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녀들이 선망했던 비현실적인 연예인이 아닌 현실에서의 연인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 이유가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대상에 대한 체념이나 포기인지 아니면, 현실과의 타협인지는 'T'인 내가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모두가 이성과의 만남이나 결혼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 주변의 몇몇 여성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영원히 '그녀'가 그리는 이상형과 현실속 이성과의 괴리를 극복할 수 없어서 일 수도 있고, 혹은 애초에 현실의 연애나 결혼에 무관심한 경우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반려견이나 반려묘 등 동물이 그 자리를 채우기도 하지만, '그녀'들의 관심의 대상을 사람으로 국한했을 때, 내가 지켜본 '그녀'들은 현실적인 이성을 택하는 대신 첫 번째 시기의 '그녀'로 머물길 원했다.
친구들이 결혼을 하며 하나 둘 모임을 떠나 멀어질 때에도 '그녀'는 전혀 외롭지 않다.
'그녀'에게는 친구들과 그 대상이 다를 뿐 여전히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