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여자의 일생(3)

by ILMer

소녀에서 숙녀로 두 번의 시기를 거치며, 그녀들은 이상적인 것에서 시작해 현실적인 사랑을 하게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다!

세 번째 시기, 현실의 이성을 택한 그녀들에게는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누구의 딸로 태어나 이제는 누군가의 아내로, 아이들이 생긴 후엔 누구누구의 엄마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자신의 이름 보다도 다른 사람의 '엄마', '부인'으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하지만 그것은 곧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과 나와의 '관계'를 의미하기에 그녀는 전혀 슬프지 않다.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아지고 누구보다도 그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지만, 내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그녀들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홀로 된다는 것...


네 번째 시기, 이 시기를 흔히 '결혼 한 남자들이 배우자를 가장 피해야 하는 시기'라고 한다.

이른바 '갱년기'. 여성 호르몬의 감소로 몸에서는 여러 신체적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들의 여자로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바꿀 수가 없다.

'갱년기'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두려움 보다도 이 시기가 그녀들에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갑자기 혼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 그녀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던 존재들이 하나둘씩 그녀의 곁에서 멀어져 간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자식들은 그녀의 관심과 보살핌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엄마에게 먼저 보여주고 엄마와 상의하던 아이들은 엄마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그녀의 말은 이젠 잔소리가 되어 버렸다.

학원에 가 있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아니면 방문을 굳게 닫는다. 남편 역시 회사에 있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아니면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공감대를 잃고 같이 있어도 무심하게 TV채널만 돌리고 있다.

그나마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은 괜찮다.

하지만, 친구들은 애초에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존재이지 그녀들이 궁극적으로 주고 싶은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는 아니다. 그래서 내면의 외로움은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이 시기에 새로운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다시금 찾아오기도 한다.

두 번째 시기에 현실적인 이성을 택하는 대신 첫 번째 시기의 그녀로 머물길 원했던 그녀들처럼, 자신의 관심과 사랑을 피하지 않는 그런 존재가 필요하다.

이제는 오래전 그녀들이 좋아했던 TV속 연상의 '오빠'들이 아니라 아들 같은 '오빠'들 말이다...


이제는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로 남다!


내가 50년 넘게 관찰자적 시점에서 바라본 그녀들의 삶은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하는 존재'였다. 그녀들의 나이가 얼마든, 그 대상이 누구이든, 이것은 그녀들의 삶을 관통하는 공통점이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시기...


나는 얼마 전 처갓집에 들러 장모님을 뵈었다.

요즘 날씨가 더운 탓도 있겠지만 유독 기운이 없어 보이셨다. 마치 에너지가 고갈되어 불이 모두 꺼진 도시처럼, 동력을 상실한 듯 그녀에게는 열정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나훈아'를 좋아했고, 남편을 만나 사랑했고, 아이들을 낳아 보살폈고, 자식들이 장성해 품에서 멀어질 때쯤 손자들을 보며 다시 사랑했다.

그들마저 장성해서 각자의 삶을 살게 된 지금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녀가 곁에서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는 남편도, 자식들도, 손자들도, 그리고 이젠 연예인을 좋아하기에도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


더 이상 사랑을 줄 대상이 없는 그녀의 어깨가 오늘따라 너무 외로워 보였다...


"일생동안 누군가에 '관심과 사랑'을 주는 존재로 살아왔던 그녀,

그 대상이 사라진 그녀에게 이젠 우리가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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