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T'의 공감법(1)

by ILMer
<NAVER 지식백과>

"나 오늘 우울해서 빵 먹었어요!"


지금부터 몇 년 전쯤 일이다. 어느 날 저녁에 퇴근을 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고등학생 딸이 갑자기 다가와서는 "아빠, 나 오늘 우울해서 빵 먹었어요!"라고 말을 꺼내는 것이다.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당황한 나는 잠시동안 머뭇거리다가 "우울한데, 왜? 빵을 먹어? 하긴 기분이 안 좋을 때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 "그래서 무슨 빵 먹었니? 난 단팥빵 좋아하는데...".

쉴 새 없이 딸에게 질문을 하는 나를 보고, 와이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고 딸은 배꼽을 잡고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딸은 이게 요즘 유행하는 'T'와 'F'를 구분하는 간단한 질문이라고 했다.

"아니, 도대체 이 질문 하나로 뭘 판단할 수 있다는 거지?". 나는 애초에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는 '우울함'과 '빵'을 연계시킨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그래서, 이 질문의 정답이 뭔데?". 계속되는 내 질문에 딸은 자기 방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가 버렸다.


며칠 후, 회사에서 직원들과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군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거기서 딸에게 듣지 못했던 결론을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꺼낸 직원의 말로는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왜? 우울했는지를 먼저 궁금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우울함이라는 상대방의 감정보다는 '우울함과 빵과의 연관성'에 더 집중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아직도 이 질문으로 "어떻게 사람의 공감능력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동의할 수는 없지만, 당시에는 대세(?)에 따라 수긍하고 마무리했던 것 같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말을 듣다!


회사에서 여러 부서를 관리하다 보면, 직원들과 자주 면담을 하게 된다. 그리고 면담의 주요 내용은 업무적인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상사와의 갈등 또는 직원과의 갈등'이 차지한다. 사실 회사에서 발생하는 트러블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서 발생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내 산하 관리자들과 그들의 직원들에게는 상사이기 이전에 사회생활의 선배였기 때문에 그들과 자주 소통하고 조언을 주는 멘토의 역할을 하곤 했다.


한 번은 몇몇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 직원이 "상무님은 항상 직원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해 주려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공감 능력이 너무 좋으세요!"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항상 진심으로 같이 고민해 주시고, 저희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세요." 그들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나는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워서 "알았어! 알았어! 밥 내가 살 테니 비싼 거 시켜요."라며 '절대 아니라'는 직원들의 말을 서둘러 막았다.

그 자리에서 더 이상 내 이야기를 이어가지는 않았지만,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들은 그날 오후 내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정말 공감 능력이 그렇게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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