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10만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돈을 열 명의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열 명의 사람들에게 각각 만원씩을 주는 경우와 한 명에게 10만원을 모두 주는 경우만 생각하기로 한다.
우선 열명에게 고루 만원씩을 나누어 주는 경우, 공평하게 나누었기 때문에 아무도 불만이 없을까?
두 번째 경우, 한 명이 10만원을 독차지했기에 나머지 아홉 명은 무조건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높을까?
만약 위 상황이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과연 어떨까?
첫 번째 경우, 모두가 공평하게 포상이나 성과급을 받았으니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십중팔구 구성원들 중 몇몇은 “분명히 내가 저 친구보다 회사에 더 기여를 했는데, 나랑 동일한 성과급을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돼!”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아마도 그 직원은 더 이상 열심히 일을 안 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을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에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평가되었던 직원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회사에 대한 고마움에 또는 자신보다 성과를 많이 낸 동료에 대한 미안함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을 할까?
사실 이런 해피한 엔딩은 현실에서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내 경험상 회사의 성과는 잘해야 과거와 같이 유지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賞)’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있었던 '어느 해 승진에 얽힌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보면,
회사에서는 매년 전체 직원의 5% 정도를 승진시켜 왔다. 정확히 정해진 룰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과거 몇 년간의 경험상 항상 5% 수준에서 승진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직원들은 당연히 그해에도 동일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특히, 여러 직급 중에서도 차장 직급의 승진 적체가 상당히 누적되어 왔는데, 그것은 회사가 어느 직급보다도 차장 직급의 승진에는 신중을 기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차장은 부서 내에서 부서장 다음의 차석으로 부서장을 대신할 수 있는 정도의 업무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고 필요로 하는 자리였다.
그러다 보니 과장에서 차장으로의 진급은 어느 부서라도 승진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을 했다.
내가 맡고 있던 여러 부서들 중에서도 한 부서의 직원이 승진 연한을 채우고 그해 차장 승진 대상자가 되었다. 평소 업무 처리가 깔끔하고, 다른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항상 적극적이었기에 나도 해당직원에게 높은 고과를 주었다.
하지만 다른 부서들에서도 워낙 승진을 누락한 경우가 많았기에 확률적으로 무조건 승진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내가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우고 있을 때쯤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직원이 승진심사에서 차장으로 최종 승진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승진 소식을 접하게 된 직원으로부터 감사 인사와 “회사가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해 준 것만 같아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회사를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훈훈하게 그날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공지된 최종 직급별 승진자 명단을 확인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다른 직급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차장 직급 승진대상자들이 거의 대부분 승진을 한 것이었다.
“대리 보다 차장 승진이 더 많아?”. 이런 놀라움과 탄성소리가 회사 곳곳에서 들려왔다. 심지어 승진이 된 몇몇 승진자들은 자신의 담당 임원들조차도 그 결과를 놀라워했다.
인사부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인사부장은 “사장님께서 이번에 대폭 승진자를 늘려 주셨습니다. 승진 연한을 채웠으면, 가능한 승진을 시키는 방향으로 검토를 하셨습니다.”
인사부장의 이야기를 듣고 이게 정말 올바른 "인사 정책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더욱 내가 놀란 것은 승진자를 두 배 이상 늘린 대신에 승진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승진 시 적용되던 연봉 상승률을 절반으로 내렸다는 것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담당 부서장을 통해 차장으로 승진한 직원과의 면담 내용은 정확히 내 예상대로였다. "처음에는 기뻤지만, 지금은 회사에 대한 고마움이 사라졌어요!"라고 아쉬움과 서운함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해 승진결과가 회사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인사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승진을 통해 우수한 직원이 상위 직급으로 올라가 더욱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승진이 누락된 직원들도 단기간에는 실망을 하거나 낙담을 할 수는 있지만, 더욱 노력해서 다음을 준비하게 하는 '당근과 채찍'의 보완효과를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고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던 직원조차도 승진이 결코 기쁘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도 승진할 거라 예상하지 못한 직원들도 감사하기보다는 기대보다 낮은 연봉인상률에 회사에 불만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도대체 이러한 시혜성 인사정책을 통해 회사가 얻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나는 승진자의 숫자를 늘린 것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히 승진을 했어야 할 직원들의 상대적 실망감이 회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더욱이 자신이 기대하던 승진에 따른 연봉상승률을 절반으로 낮추어 다른 승진자들과 Share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건 경영상의 이유로 그해 승진심사를 하지 않은 것보다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