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Destroyer’ 제작기(7)
2008년 8월과 2009년 3월, 두 번의 사고를 겪고 난 2009년 여름, 나는 그동안 밀린 'Star Destroyer'제작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 해외포럼과 국내 동호회 친구들에게 9월까지 이 녀석을 마무리 짓겠다는 약속을 한 터라 와이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거의 모든 주말을 'Star Destroyer'제작에 쏟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 개월, 결국 병이 나고 말았다.
가뜩이나 야근이 많았던 업무 탓에 평일에는 거의 시간이 나지 않았고, 주말이면 베란다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모형작업에 집중을 했으니 몸이 안 아픈 게 오히려 이상했다.
잠을 잘못 잔 것처럼 어깨와 등뒤 견갑골 부근의 뻐근한 느낌이 지속적으로 계속됐다. 항상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 증상이라 나 역시 오랫동안 아팠다가 나았다를 수도 없이 반복해 왔다.
그래서, 당시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물리치료와 한방병원에서 침 치료를 받으며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의 한 달 이상 상태가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통증이 여러 군데로 퍼지기 시작했다. 눕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모든 활동을 멈추고, 병원을 가기 위해 회사에도 휴가를 냈다.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한 그날, 아침을 먹기 위해 겨우 몸을 일으켜 식탁에 않았는데, 오른손에 감각이 거의 사라진 것을 느꼈다. 숟가락을 손으로 집으려 했지만 집을 수 없었고, 왼손으로 겨우 오른 손가락에 숟가락을 끼워봤지만 도저히 쥐고 있을 힘이 없었다.
'삼성 서울병원'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운전하던 와이프 옆자리에서 나는 통증을 참으며 누워 있었다. 불과 40여분의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이 내게는 40년 가까운 내 인생의 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결국, MRI와 각종 검사를 받고 나는 '목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아마 오랫동안 축적된 내 나쁜 자세와 습관, 그리고 최근 몇 년의 쉼 없는 모형제작이 이 사태를 만들었을 것이다...
목디스크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던 시절 나는 그것이 그렇게 위험한 병인줄 상상도 못 했다. 더욱이 이미 내 상태는 디스크가 터져 수액(?)이 신경으로 흘러나와 '말초신경'에 마비 증세를 일으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빠른 수술을 권했다. "이미 신경에 손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신경이 죽는 건 순식간이지만, 죽은 신경을 되살리는 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불가능할 수도 있고요!".
그날 수술을 결심했지만, 해당 병원에서 내게 준 수술시기는 6개월 후였다. 대형병원이었기에 그 시기가 가장 빠른 시기였지만, 나날이 지속되는 통증에 나는 아는 지인을 통해 척추/신경 전문 병원에서 2009년 7월 결국 수술을 받았다.
3시간 가까운 위험한 수술을 통해 내 목에는 깊은 상처가 났고, 5번과 6번 목뼈 사이에는 인공디스크를 삽입했고 4번과 5번 목뼈는 유합술을 통해 디스크를 완전히 제거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마무리되었고, 신기하게도 수술 후 이틀째부터는 통증이 현저히 감소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내 오른손의 감각도 차츰 회복이 되고 있었다. 다만, 수술의 후유증으로 목의 가동범위는 이전보다 현저히 줄어들었고, 목과 어깨, 등이 쉽게 피로하고 뭉치는 증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병원에서 열흘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퇴원을 했다. 회사에는 추가로 2주 정도의 휴가를 내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누워 있거나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게 주 일과였다. 마치 내가 언제 아팠냐는 듯 이제 목디스크로 인한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잊히고 있었다.
'사람은 참 미련한 것 같다!'
망각의 동물처럼 아팠던 기억이 머리에서 조금씩 사라질 때쯤, 마무리하지 못한 'Star Destroyer'의 하부 디테일이 머릿속에 아른 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 다시는 쳐다보지도 말자. 이 꼴을 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니!" 애써 극단적인 생각을 하면서 내 머릿속에 다시금 들어와 있는 녀석을 지워보려 했지만, 꿈속에도 나타나는 녀석을 외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앞으로 절대로 모형작업 이런 거 하면 안 돼!". 큰일을 겪고 난 후 가장 맘고생을 크게 했던 와이프와의 약속을 위해서라도 참아야 했다.
어느 정도 킷배싱(KitBashing)은 마무리가 된 상태였지만, 아직 밋밋한 몸체에 실제 우주선과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서는 패널라인 및 디테일 업 작업이 남아 있었다.
더욱이 '스타워즈' 오프닝에서 레아 공주가 탄 비행선을 추격해 도킹시키는 '도킹 베이(Docking Bay)'는 'Star Destroyer'의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
미완성의 녀석을 포기하는 일은 내게는 금주와 금연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와이프가 일이 있어 집을 비우던 그날, 나는 더 이상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금단의 문'을 열고 말았다.
"그래 쉬엄쉬엄 하면 괜찮을 거야! 정말 '도킹 베이'만 완성하고 끝내자!"
차마 와이프가 있을 때는 하지 못하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조금씩 마무리 짓지 못한 '도킹 베이'를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려 '도킹 베이'를 완성하고, 추가작업 등 나중을 위해 자석으로 탈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도킹 베이'를 본체에 딱 들어맞도록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작업만큼이나 장착된 모습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영화의 오프닝을 보며 꿈꾸던 그 장면처럼 우주공간에 거대하게 펼쳐지는 'Star Destroyer'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순간…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집에 돌아온 와이프가 화가 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