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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또는 같이 여행 vol.1

무기력 나를 위한 여름 선물

by 소소한 여행가

알바 한 번 해본 적도 없이 시작한 사회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벅찼다.


매일이 긴장 속이었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나 자신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우리 동네 놀러 올래?”

그 한마디는 뜨겁게 달궈진 내 일상에,

작은 바람처럼 스며들었다.


나는 2박 3일간의 부산 여행을 계획했다.

그중 하루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해 쓰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는 혼자,

하루는 친구와 함께 지내기로 했다.


여름 햇살이 조금 이른 아침,

나는 기차 첫차에 몸을 실었다.

피곤함과 기대가 뒤섞인 새벽이었다.

창밖 풍경은 여름답게 선명했고,

조금씩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고생한 나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비싼 오마카세를 예약했고,

처음 도전해 보는 카이막도 맛봤다.

햇빛에 반짝이는 청사포 바다는

그날따라 더 조용하고 따뜻해 보였다.


저녁엔 광안리로 향했다.

모래사장을 걷다 보니 어느새 드론쇼가 시작됐고,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빛의 물결을

나는 조용히 바라봤다.

그 순간만큼은 혼자여도 충분했다.


칵테일 바에 들어가

바텐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 이야기, 요즘 마음, 나 자신에 대한 얘기까지.

낯선 곳에서 나눈 짧은 대화는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냥 자기에 아쉬워 편의점에서

작은 주전부리를 사 들고 돌아왔다.

혼자 있는 방 안에서,

조용히 그날을 정리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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