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그 후 7

따로 또 같이

by 하리

일주일간 교육이 끝난 뒤에 감사하게도 곧바로 한 달 더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평해지는 마음과는 달리 정성스러운 음식을 애법 먹는데도 설사가 계속되니 몸무게가 자꾸 줄어갔다. 덕분에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에 성당으로 가는 발걸음이 환우들과 수다 떨거나 산책하는 것보다 더 마음이 가곤 했다.

벌에 쏘인 자리는 사혈 한 후에도 가려움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렇더라도 성당에 가 있으면 덜 가려운 것 같았다.



교육받은 대로 생활하려고 나름 노력했다 잘 먹고 잘 자기 위해 산책ㆍ웃기ㆍ손뼉 치기ㆍ같이 체조하기 등등,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마음을 비우려는 노력과 기도가 주요 포인트였다. 규칙적인 생활과 긍정적인 생각이 면역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취지 아래 기도의 생활화실천으로 하루하루 채워지고 있었다.

엉망진창이던 마음이 조금씩 진전되고 있어 참말 다행이었다. 방을 같이 쓴 자매님은 어느 날 기도 중에 아픈 그 자리가 마치 불에 댄 듯 뜨거웠다고 했다. 그렇게 서운하고 밉던 시어머니를 포함한 가족들을 다 용서했다고 생각한 다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때 이후로 잠이 잘 오고 잠자는 시간이 달콤하며 밥맛이 좋아지니 피곤함도 줄어든다고 했다.

본인은 물론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린 그것을 은총이라 생각했다. 내게도 그런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 얼마 후에 난 밤새도록 내 몸에서 나쁜 벌레가 빠져나가는 꿈을 꾸었다. 그마저도 모두들 함께 기뻐해주었다.

하루는 옆방에 아픈 아기를 데리고 온 새댁이 소리치며 울고 있었다. 교회에 다닌다는 그 새댁은 아기가 이상하다고 했다. 혹시나 하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곳인데 아기가 잠을 잘 자는 것만도 감사하다 했었다. 그러다 가끔씩 그들 가정에도 치유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면서도 '주님 뜻대로 하소서'라며 기도를 바꾼다고 했었다.

어떻게 병원을 갈 거냐? 신부님을 부를까? 하니 그냥 성당으로 가서 예수님께 아뢰고 싶다 했다. 그럼 혹시 가톨릭식의 세례를 받고 싶으냐고 했더니 할 수만 있다면 숨 넘어가기 전에 하고 싶다기에 맑은 물과 십자가를 놓고 기도를 드린 뒤에 '베드로' 란 이름으로 대세를 주었다.

아직은 호흡이 남아있는 채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성당으로 냅다 뛰었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베드로는 성당 안에서 한동안 기도를 받은 뒤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침 식전이었다. 어떻게 사제를 부를 틈도 없이 급히 일어난 상황이었다.


날은 뿌득 뿌득 잘도 흘러갔다. 어느 날 휴게소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기도회 피정이 있다는 광고를 보았다. 마침 피정장소 입소일이 교육장 퇴소일이었다. 전화로 신청하고 회비를 보냈다.

'그래, 난 아직 준비가 덜 되었어. 더 노력해야 해'

수술한 자리가 불에 댄 듯 뜨거웠다는 자매님은 날로 좋아져 갔다. 벌레가 빠져나가는 꿈을 꾼 나도 더 나빠져서 이내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불안함을 다 떨칠 순 없었다.

퇴소날이 되자 마치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처럼 큰 가방을 끌고서 피정을 하고 있는 수녀원을 향해 버스를 몇 번 갈아탄 둑 택시에 몸을 실었다.

달포 전보다는 좀 더 가벼워진 몸과 마음 상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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