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가 있었네
철 모르던 때를 지나
오만가지 꿈들 아롱다롱 피어날 때
물오른 뜨거움은 기어이
낭만보다 더 목마른 현실에
여리다 아팠다 했다데 그 사내
사랑 따위 망상일 거야
그런 망설임도 잠시
길가 음반가게에서 들리던 기타 소리
밤새워 귓전에 맴돌아
시름을 잊고파 성큼 들어섰다지 그 사내
새벽이건 한낮이건
달그림자 밟고라도 손가락 튕길 때는
현실주의 초 현실주의 운운 철학교실에서도
기타가 오락가락해서
살맛 났다던 그 사내
어느 해 봄
아지랑이처럼 다가온 사랑에 겨워
휘갈긴 낙서들 들려주다가
망설일 틈도 없이 그만
시인이 되었다지 그 사내
딩가딩가 어화둥둥
호시절마저 기타 줄에 실어 세월 엮다가
늦깎이 철학교실 문 열리라더니
오두방정 단풍바람에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갔네 그 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