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편 3

낙엽처럼

by 하리

한 사내가 있었네


철 모르던 때를 지나

오만가지 꿈들 아롱다롱 피어날 때

물오른 뜨거움은 기어이

낭만보다 더 목마른 현실에

여리다 아팠다 했다데 그 사내


사랑 따위 망상일 거야

그런 망설임도 잠시

길가 음반가게에서 들리던 기타 소리

밤새워 귓전에 맴돌아

시름을 잊고파 성큼 들어섰다지 그 사내


새벽이건 한낮이건

달그림자 밟고라도 손가락 튕길 때는

현실주의 초 현실주의 운운 철학교실에서도

기타가 오락가락해서

살맛 났다던 그 사내


어느 해 봄

아지랑이처럼 다가온 사랑에 겨워

휘갈긴 낙서들 들려주다가

망설일 틈도 없이 그만

시인이 되었다지 그 사내


딩가딩가 어화둥둥

호시절마저 기타 줄에 실어 세월 엮다가

늦깎이 철학교실 문 열리라더니

오두방정 단풍바람에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갔네 그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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