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람소리가 요란했다. 꽝꽝 언 마당을 뛰어다니며 쓰레기를 버리고 강아지 밥을 챙겨준 뒤에 도시락을 쌌다. 춥다고 서두른 탓일까? 차 안에서 가방을 한참 뒤졌건만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나? 오늘은 조용히 지내야겠네. 그러다 한번 더 보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이 노트북은 실려 있었다.
안내소안의 전기패널을 올렸다. 여전히 공기가 차서 코가 시리다. 외투를 입은 채로 히터마저 켜고 나니 좀 나아지는 것 같다. 한낮에도 영하권이라 하니 어쩌면 손님이 별로 오지 않을 것 같다. 그제야 고요한 섬 같은 작은 안내소에서 오늘 하루 어떻게 지낼까 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가방을 다시 살피다 보니 며칠 전 성당에서 받은 신심 월간지가 있어 몇 장 읽었다. 그다음 주변 문화재와 관련된 책자도 몇 장 뒤적였다. 그 사이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윙윙 겨울바람소리뿐이라 까딱하면 마음이 가라앉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마침 안내소에 와이파이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생각한 순간 노트북을 활용해보자 싶었다. 그간 대부분 핸드폰으로 듣곤 했으니 실제로 노트북으로는 일기 쓰기나 어쩌다 긴 글 쓰기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랬던 노트북이건만 이번엔 유튜브로 찾은 것이 연속적으로 들려주는 클래식이었다. 첫곡부터 맘에 들었다. 소리도 핸드폰보다 훨씬 낫다. 이내 안내소는 클래식 음악으로 서서히 채워진다. 안내소 바깥은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구름사이로 해가 비칠 때도 간간 있으니 밝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핸드폰이 없으니 사람들과의 소통이 멈춘 데다 한낮에도 영하권이라니 맨발 걷기마저
애진직에 포기해야지 싶다.
평상시 영상의 날씨에서조차도 흙이 차가워서 걸음은 잠깐이고 발가락 주무르기는 오래였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의자에 한번 앉기도 전에 팔다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허리도 움직였다. 그러기를 십여 분 하고 있으니 클래식으로 귀호강에다 체조까지 보태니 천국이 따로 있나 싶다. 누가 잘하느니 못하느니 눈치 주는 사람도 없지요, 폰 없는 하루가 외려 더 즐겁다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입 한번 떼지 않고서도 오전이 후다닥 지나갔건만 배가 고파서 도시락을 후딱 비웠다. 백여 곡이나 되는 음악은 곡과 연주 악기를 달리하며 저절로 흘러나오는데 이전부터 귀에 익숙한 클래식곡이 여럿 있었다. 좋아하긴 해도 제목을 모르는 게 더 많았은데 이참에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메모지에다 적기도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껏 취해 있을 무렵 차량 몇 대가 안내소 앞에 선다.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달려온 차들이라 어쩌면 모자에다 장갑을 끼고라도 안내소를 나가야겠지? 하고 눈치를 살폈다.
그때였다. 차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는가 싶더니 다들 몸을 움츠린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할 작정으로 주시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의 다음 행동은 나를 웃게 만들었다. 그분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안내표지 앞에서 사진을 두어 번 찍더니 이내 다시 차를 타고 다시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다가 날씨의 위력이 참 대단하구나 싶었다.
여하튼 춥다고 허둥대다 폰을 집에 두고 온 나나, 구경 온답시고 왔다가 인증 사진만 찍고 다시 가버린 그 사람들이나 피차일반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클래식음악은 종일 귀와 마음을 말갛게 씻기 운다. 뭉게구름 또한 솔바람을 싣고 정신없이 흘러갈정도로 겨울답게 춥긴 해도 살아 있음 그 자체만으로도 참 아름다움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