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살다 보면 8

되로 주고 말로 받기도 해

by 하리

3월이다. 발밑 들풀들도 기지개를 켠 지 오래니 밭장만을 해야 하건만 연신 얼었다 녹았다 하는 기온 변화에 사람 또한 그러해서 가족 모두 주뼛주뼛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족 중에서 제일로 동작이 빠른 시동생이 남편과 배추 심었던 자리에 깔았던 검정비닐을 죄다 벗겨 놓은 것을 보니 다시금 일철이 돌아오나 싶다.


작년 늦여름이었다. 아버님께서 일찌감치 자투리 땅을 만지시는 모습을 봤다. 그때 심은 쪽파가 올라와 푸릇푸릇 한 때에 어머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아직 씨가 남았다고 하셨다. 그 말씀은 내가 마저 심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같이 들렸다.

내리 비가 오는 어느 날 우산을 쓰고서 참깨를 벤 자리에다 꾹꾹 눌러가며 심었다. 한 손에 우산을 들기는 했지만 비덕에 참깨뿌리가 쉽게 뽑혔고 땅이 촉촉해서 잘 심겼다. 그 후 가을이 되자 반은 뽑아서 김치를 담고 남겨 둔 것이었다.

그 쪽파가 어느새 멀리서 봐도 눈에 띌 만큼 자랐다. 처음 몇 번은 뽑아서 된장에 넣기도 하고 야채무침에 곁들이니 맛이 좋았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쪽파로는 한두 번 부침개에다 약간의 겉절이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러니 주변사람들과 나눠 먹기 위해 뽑은 즉시 봉지와 박스에 나눠 담고 보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제일 먼저 전날 연락이 닿은 곳은 이모님이라 한 봉지를 드리기 위해 가는 길에 추어탕을 샀다. 그런데 이모님께서는 약속이 있고 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며 다시 가져가라 하셨다. 그렇게 해서 얼결에 추어탕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설거지를 한 후 마을 내 아는 형님에게 한 봉지를 드렸더니 떡과 요구르트를 주어서 요긴하게 먹었다. 점심 나절쯤 남은 것들을 들고서 친정으로 달려갔다. 가는 도중에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참에 같이 외식을 하자며 먼저 가 있을 것이니 산 낙지집으로 오라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점심도 의외의 특식을 먹고 속이 든든했다.

올해는 쪽파가 풍작이라서 평년보다 비싸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렇거나 말거나 남은 쪽파를 들고 읍내 아는 형님네로 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저녁으로 마침 전날 끓여 두었다며 보양탕을 같이 먹자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 쪽파 하나로 난생처음 하루 삼끼를 특별 보양식으로 먹게 된 날이 되었다. 그저 질겨지기 전에 나눠 먹으려고 좀 부산을 떤 것뿐인데 말이다.

빞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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