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4

어른이 되고 싶어요.

by 하리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파서였을까?

자라면서 점점 먹을 것에 대해 투정 부리길 자주 했다. 아홉 살 때의 달구지 사고 후유증과 겹친 까다로운 입성 때문이었는지 걸핏하면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버겁게 느껴졌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준비해서 등교했다. 그마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수업 중에도 책상에서 모로 쓰러지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양호실에서 쉬었다. 그러다가 마을 친구의 도움을 받아가며 수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퇴하여 집으로 왔다.


'너무 힘이 없어요. 친구들과도 어울려가며 살고 싶어요. 스무 살이 넘도록 살고파요. 그땐 제 욕심 대신 뭐든 예수님 뜻대로 살게요.'

그 기도를 찐하게 한 날은 광복절이요, 성모마리아 승천 대축일날이었다. 공소를 벗어나 큰 성당 미사 후에 혼자 남아 마음을 모았다. 열 살은 넘고 초등학교 졸업 전이었다.

그냥 믿었던 걸까? 어쨌거나 그때 이후부터 행동반경이 조금씩 넓어져갔다. 나무에 오르기도 하고 가을날은 참새 쫓느라 애법 집에서 먼 들에도 나갔다. 무엇보다 마을 뒤 커다란 꿀밤 나무 아래를 자주 갔다. 그곳에서 주운 도토리가 많아 옷 주머니마저 불룩했었다.

이듬해부터는 도토리를 줍기 위해 일부러 산비탈을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그런 저런 덕분인지 그 후 십여 년 이상은 기적처럼 특별히 아픈데 없이 무난하게 살아냈다.


어릴 적 그 간절함과 봉헌은 잊어버린 채 두려움이 호기심보다 더 커진 채로도 삶은 또다시 이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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