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기억들

2. 잔치 준비가 시작되고

by 하리

온 마을이 들썩였다.

꼭두새벽부터 고소하고 달콤한 내음이 나를 깨웠다. 아니 , 몇 달 전부터 어른들의 발걸음과 손놀림이 바빴을 테지만 내가 피부로 느낀 것은 바로 냄새였다.

물론 술 빚는 냄새와 두부를 한 뒤 비지 띄우는 냄새도 나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건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집집이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감주의 단내 나는 냄새를 어찌 모른 척한단 말인가!

살금살금 집 밖으로 나가서 동네를 다 돌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었다.

감주는 끓어 넘칠 때도 달콤하게 유혹했다.

말없이 그저 한참 서있기만 해서 뜨거워서 식혀가며 먹어야 하는 감주가 내 앞에 놓였다.

그 감주는 우리 집으로 올 것이었다.

태희 고모가 시집을 간다고 했다.

''시집이 뭐꼬?, 어데가노?''

궁금했지만 몇 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한 뒤에 고모한테 물었다.

''다른 집에 가, 나도 가기 싫은 데 가야 한다네. 그래서 날마다 울어도 안 갈 수 없어서 가는기라. 남자는 자기 집에서 나이 들어도 사는데 여자는 더 나이 묵기 전에 가야지 된다카이 우야겄노?''

고모는 그만 훌쩍이더니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었다.

''대신에 자야, 내는 집에 자주 올게, 옆집 수희는 멀리 시집가서 자주 못 오더라만~~

그리고 내 옷 인제 니 다 줄게,

지난번에 입어보던 치마도 줄게''

태희 고모는 또다시 팔뚝을 얼굴로 가져갔었다.


''자야는 좋겠네 잔치해서 ,

니 좋아하는 단술도 많이 묵을 끼고.

또 쪼매만 더 있음 떡도 묵고 엿도 묵을 끼고, ''

그러면서 큰집 할머니께서 단술을 또 한 그릇 더 퍼다 주신다,

''아이라 예, 묵을끼 많은 건 좋은데 고모가 어디로 간다캐서 싫어 예''

고만 나도 고모처럼 울었다. 그것도 그 좋아하는 단술도 마다하고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또 다음날도 동네는 시끌벅적 댔다.

이 집 저 집 부엌마다 무슨 음식을 하는지 냄새 구분도 안되었다. 정말 궁금하면 부엌이나 큰 가마솥 근처까지 가야 했다. 그렇지만 혹시나 넘어져 다치거나 뜨거운 불에 델까 봐 애들은 얼씬도 못하게 했다. 그냥 조금 들어주는 것으로 맛을 볼 뿐이었다. 한마디로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감질나는 일이었다.

할아버지의 방구들 새로 놓기부터 시작된 집안 대청소는 엄마의 이불 홑청 씻어서 삶기와 풀 먹이기로 이어졌고 갖가지 음식과 고모의 혼수품인 청홍색 이불과 분홍 저고리와 치마 그리고 개수를 알 수 없는 속바지와 버선 등등을 만드느라 엄마를 위시한 동네 친척 아주머니들 품앗이도 몸살이 날 즈음 드디어 잔칫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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