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 하루살이!

10. 자극이 필요해

by 하리

설 명절 지난 뒤 한동안 후유증으로 입맛도 없고 자꾸 잠이 왔다. 그렇게 며칠 지나 마당을 나서고 들판을 걷자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장 담는 날이 다가왔다.

그 며칠 전부터 어머님께서 손꼽아가며 물을 받아둬야 된다고 하셨다. 그런 부탁에도 나는 시원찮은 몸 관리 차원으로 산책을 먼저 했다. 그 사이에 어머님께서는 아들에게 요청하셔서 물을 준비해 놓으셨다.

장 담그는 날이 되어 내려가니 동서가 먼저 와서 소금을 다 녹여두었다. 그런 쉬운 장 담그기도 염도측정용 계란을 깨뜨린 통에 두 번이나 가지러 갈만치 어설펐만 무사히 간장 담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내겐 버거웠던지 목에서 단내가 올라오고 머리가 띵하더니 다음날 아침 또다시 편도가 붓고 입맛이 싹 사라지고 말았다.


연거푸 거듭된 몸살로 산책저 쉬어야 했다. 눈뜨고 밥 먹는 것마저도 시들해지니 몸은 점점 쳐지고 있었다. 설 명절 이틀 전만 해도 혼자서 뒷산을 갔었다. 그 일주일 전에는 가야산도 갔는데 말이다. 그때처럼 하루빨리 회복하고픈 마음과는 달리 몸은 나른함에 자꾸 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날 수 없어 한참 뭉그적거렸다. 게다가 점심 먹고 난 오후에 오는 잠을 이겨내지 못해 며칠 동안이나 거의 두 시간가량을 계속 잔 뒤였다. 다행히 편도 부운 것은 금씩 가라앉 시작했다.


그런 중에 나마 하고 있던 것이 이불속에서의 이런저런 동작이었다. 이름하여 '방ㆍ트'즉, 방 안에서 하는 트레이닝이었다. 아무 때고 스멀스멀 떠오르는 잡생각으로 시간 낭비하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대응이었다.

덕분에 약간의 희망을 가지긴 했다. 그런 뒤에 낮이면 마당을 벗어나 들판을 걷다가 동네 뒷산 입구 산책로까지 범위를 넓혀 나갔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설 이전 상태까지는 회복이 안되니 그만 마음의 고삐도 점점 느슨해지고 있었다.


정말 나만의 특별한 자극이 필요했다.

그 처음의 시도로 전국이 코로나로 인해 비상사태이긴 하나 시내 나들이를 강행했다. 마침 막내딸이 머릴 깎아야겠다기에 나선 걸음이기도 했다.

비록 지하상가 안에서만 머물렀지만 리 깎은 딸과 옷가게를 기웃대다 각자 하나씩 옷도 골랐다. 하나 아쉬운 것은 나들이때마다 하던 백화점 안 서점 책 구경을 못한 것이었다. 베스트셀러 코너랑 여기저기 돌다 인기 있는 신간 책 하나 골라서 후다닥 훑어보던 재미 쏠쏠했는데 매출이 안 나오는지 그만 서점이 통째로 철수해버린 뒤였다. 그나마 외출 이후 약간의 생기는 도는 듯했지만 몸마저 다 좋아지진 않았다.


다시금 방 안에서 대부분 지내는 생활 시스템이었다. 그러다 불쑥 장식품처럼 놓여있는 책꽂이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래된 거라도 다시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눈에 띄는 책을 두 권 골랐다. '조선시대 야사'와 20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황금 노트북'이었다.


집에서 셀프 요양하겠다고 결심 한 지 무려 일 년 하고도 한 달이나 지나 서다. 뻔뻔하게도 나는 글 쓰고 싶다는 말을 공공연히 뱉으면서 산지 수십 년이나 지나건만 여직 시나 수필 그 어느 장르도 이름 하나 짓지 못한 채 남의 책도 제대로 다 읽어내지 않고 생각만으로 허송세월만 한 것이다.

내게 새롭고 신선한 자극은 지금도 어릴 때처럼 책이 맞을까?

며칠은 재미나게 읽고 있다만~~~

근래 가장 확실하고 뚜렷한 목표는 무엇보다 나를 관찰하고 제대로 아는 게 가장 우선이란 걸 늦게야 깨달았다.

나를 지금이라도 서둘러 찾아야 하는 이 시점에서 딱하나 알고 있는 것이 있긴 하다. 바로 쉬 싫증을 잘 낸다는 것이다. 그런 나의 성격상 이번 자극은 도대체 얼마나 갈지!,

나 스스로도 사뭇? 궁금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