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톺아봐5

감자는 감자를 품고

by 하리

지난봄 감자 몇 골 심어놓고 동생들 앞에서 호기롭게 말했다.

''작년보다 더 심었으니 올해는 직접 캐서 가져가''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의 대부분은 시큰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동생들이 다들 멀리 있으니 감자 하나 얻어먹겠다고 주말에 수백리를 달려와서 낑낑대며 일할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마음만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작년의 작황을 생각해보면 한 포기에 어른 주먹만 한 감자가 보통 대여섯 개는 기본이었다. 호미로 슬슬 몇 포기 캐기만 해도 소쿠리 한가득이었으니 수고로움에 비해 무척 행복했었다ㆍ

하나 행복감은 잠시였었다. 골 가득 깔려있는 감자를 소쿠리에 담고 옮겨서 크기 선벌 하는 과정에도 많은 노동력을 써야 했다. 그러다 보니 감자밭 정리하는 데만도 일주일 가량을 시어른 포함하여 온 가족이 매달리다 보니 기진맥진이었던 것이었다. 알고 보니 너나없이 대풍이어서 가격도 저렴했다. 그냥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는 수준 이건만 힘은 몇 배 들었던 것이다

하나 그것은 작년 일이었다. 한마디로 올해는 가뭄 탓에 꽃도 보이지 않은 말 그대로 흉년이라 하지 전에 벌써 다 말라버렸는데도 흙을 뒤지니 어라? 감자가 달려있었다.


내가 심지 않았다면 그리 마음을 썼을까?

감자를 캐다 보니 그 생각이 들었다. 또 밭과 작물은 속이지 않는다는 것도 새삼 떠올랐다.

그래 감자를 심었으니 당연한 것이지 란 생각을 넘어서는 질문과 답을 감자를 캐면서 하게 되었다는 게 특이한 반응이었다.

길어야 석 달 열흘만에 캐어내는 감자도 적절한 때에 갈아서 거름을 주고 비닐을 덮은 뒤에 싹이 잘 날 것 같은 부분의 눈을 따서 약이 없으면 재로 소독을 하고 심는다. 이후에도 주변 잡초를 제거해 주어야 하고 틈틈 물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확 때가 되어서 감자 대신

잡초를 뽑느라 온몸으로 매달리다시피 힘을 써야 한다.

사람의 마음에도 무엇을 심고 가꾸느냐에 따라 나오는 결과가 다르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마치 처음 알게 된 것처럼 호미를 들고서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허리에 올 마치 자란 피포 기도 힘겹게 캐어보니 뿌리 사이로 감자를 품고 있었다.

그처럼 어느 순간에 삶의 모든 것을 다 뒤엎고 싶어도 참고 이겨 내다 보면 정말 갖고팠던 열매도 달린다는 것 또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즉 진작에 나쁜 습관이나 주변 환경을 다 개선하지 못했다고 슬퍼하거나 포기하지 말

고 기다리자는 것 또한 감자를 통해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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