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톺아봐7

한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by 하리

봄바람이 살랑일 무렵 꽃 잔치하겠노라 호언장담하고서 마당가와 집 주변 빈터에다 꽃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딸아이가 어디서 꽃씨 몇 봉지를 공수해왔다. 하여 틈만 나면 호미를 들고 풀 뽑은 자리에다 씨앗을 심었다.

작년에 몇 포기 안되었어도 오가는 이의 눈길을 받았던 백일홍과 만수국 씨앗에다

개양귀비, 코스모스, 수레국화 씨를 한 곳에 모으니 거짓말 좀 보태어서 한 소쿠리나 되었다. 서툴고 느린 동작으로 하다 보니 씨 뿌리는 작업만도 몇 날 며칠이 걸렸다.

그런데 씨를 뿌리고 나서 이제나 저제나 싹이 날까 노심초사 기다렸건만 밤낮 기온 변화가 심해서인지 통 소식이 없었다.

자라목이 되어 이 잡듯이 하다 처음으로 올라온 싹을 찾았을 때는 정말 기뻤다. 다음날이면 다른 씨도 쑥쑥 올라올 것만 같았다.

그래 이제 시간이 지나면 꽃 볼일만 남았겠거니 했다 그런데 밤낮 기온차가 여전한 데다가 가물기까지 해서 도무지 자라지를 않는 것이었다. 가끔 양동이로 물을 퍼다 랐지만 겨우 목숨줄이나 붙들 뿐이었다. 질긴 마당 잔디도 물 부족으로 타들어가고 있어 볼 때마다 속만 상했다.

점점 더 봄 가뭄이 길어지니 이제는 마당의 화초가 문제가 아니었다. 모내기할 논도 바싹 말라갔다.

동네 지인분이 함께 하는 단체톡에서 동네 뒷산을 가서 당산 할멈께 기우제를 지내야 되지 않겠나 하고 올렸다.

함께 의논해보자고 마음으로라도 의사표현 한지 하루쯤 지난 뒤에 저수지부터 연결된 수로 물로 모내기를 끝낸 날이었다.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무척 경쾌했다.

순간 막 심겨놓은 어린 모가 걱정될만치 빗소리가 요란했다. 다행히 비는 모가 둥둥 뜰 정도는 아니었다.

그제야 마당가에는 꽃들이 기지개를 켜는가 싶더니 꽃망울을 맺기 시작했다.

온 마당에 꽃잔치는 물 건너갔으나 꽃을 볼 수 있어 기특하고 고마웠다.

가뭄 끝에 단비는 한송이의 꽃을 그제야 피워 올렸다.

악착 같이 피어난 꽃 한 송이 앞에서 나는 지금 그저 살아 있음만으로도 사랑의 눈길이 오가는 작은 꽃 같은 날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힘들었다고 느끼는 것은 누군가의 단비이고 싶 욕심이 앞섰던 것은 아닌가 하며 지난날을 톺아보기 시작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