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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이 내리는

창밖은 여름비

by 야식공룡


우리나라의 여름도 이제는 더 이상 예년의 여름이 아니다. 그냥 덥기만 한 게 아니라 습하고 끈끈하고 낯선 벌레들도 많아지고 있다. 청량한 여름 같은 건 마치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사막의 오로라 같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무색하게도, 그동안은 마치 장난치는 것처럼 계속 비가 내릴 것처럼 안 오고, 무덥고 기운 빠지게 지치는 날씨의 연속이었는데, 지금은 끊임없는 비의 행렬이다.

이제는 창밖으로 주룩주룩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내릴 비는 제때에 내려야 하고, 불 바람은 제때에 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창밖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게 된다. 누구에게도 별 탈이 없기를 빌면서.

비는 이렇게 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마치 코웃음 치듯이.


이 비를 비껴갈 뾰족한 방법은 없네. 이 거친 폭우를 고스란히 맞아 뒤로 넘기는 수밖에. 여름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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