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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ing me softly

알고리즘 자본주의

by 야식공룡


‘생성 인공지능이 프로그래머의 코딩 작업을 대체하고, 죽은 가수들의 목소리를 학습해 영원히 노래하도록 만든다면 그것은 가치를 가지는가?’

-본문 내용 중 인용


..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정말로?)

아침에 일어나서 휴대폰을 켜고 인스타와 페이스북을 확인한다. 음, 오늘 하루도 평화롭군. 앗, 유튜브에 내가 좋아하는 셀럽이 토크쇼에 출연해서 신제품을 홍보하네, 아래쪽에 주소를 링크 걸어 놓았으니 들어가 봐야지, 잊지 않고 좋아요를 눌러준다. 그러는 동안에 또 아래쪽에 내가 검색한 것도 아닌데 비슷한 내용의 추천 영상들이 좌르륵~뜬다. 나도 모르게 눌러서 몇 개 들어갔다 나왔더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그런데 또 분명히 아까는 없었는데 그동안 무려 80만 명이 추천한 영상이 아래쪽에 떴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또 봤다. 이것은 논 것일까, 일한 것일까.

내가 봤던 이미지와 사운드와 영상들은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든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이 책은 무의식 중에 우리가 쓱 보고 넘기는 것들에 얼마나 많은 미세노동(microwark)이 무임금 혹은 초저임금으로(ex 데이터라벨링-data labeling ) 작업자들을 갉아먹어가며 이루어진 것인지를 성실한 연구와 취재과정을 통해 밝힌다.


무서운 것 중 하나는, 실제로는 노동을 하고 있지만 이를 보는 사람들은 미디어크리에어터가 노동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라기보다, 혼자서는 더 이상 처리할 수 없는 전문적이고 방대한 작업물이 잘게 잘게 쪼개어져 수행되는 작업물들, 그 모든 과정을 힘들이지 않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함으로써 노동의 형태를 왜곡시키고 노동의 과정과 이미지를 지워버리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화학약품과 음식물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과 가축이 도축되는 과정을 일반인이 보기 힘든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들 스스로 착취당하는 줄도 모르고, 서로를 착취하면서 착취당하고 또 서로 적극적으로 그러한 착취행태를 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고용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고용주체나 수익구조가 불투명한 장막에 가려져 있고, 원청의 오더의 오더를 받아 내려가는 구조이다 보니 진짜 내 고용주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상황이 좋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불확실성 문제가 법적 다툼의 상황에서 전담 변호사팀을 꾸릴 수 없는 형편의 당신을 문자 그대로, 숨통을 거머쥐고 후려쳐댈 것이다.

(예를 들자면 마크 주커버그나 제프 페이조스 혹은 일론 머스크의 얼굴을 미디어에서 본 적 있어 친근한가? 그들은 절대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 그들은 당신이 오늘 당장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상관없이, 단지 적략적 수단으로써 고도로 ‘연출된 친근함’을 슬쩍 노출한다. 그들이 필요한 만큼만)


요새 중고등학생들에게도 파고드는 독사같은 어른들의 열정페이 노동착취에 관한 증언 일부.


우리는 플랫폼 배달노동자들에게 주문한 도시락을 요청하면서 ‘안전배달해 달라’고 덧붙인다. 예쁜 마음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알고리즘은 말도 안 되게 짧은 시간과 최단경로를 제시하며 [고통사고가 안 나는 게 기적인] 기적체험을 인간들에게 매일매일 시켜준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죽음을 인식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배민어플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마켓컬리와 쓱배송과 쿠팡 새벽배송을 이용하지 않고 계속 버틸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시점에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 뇌를 속이지만 동네도서관에 내 발로 직접 가서 내가 고른 책들은 나를 속이지 않지. 신용이 중요한 사회이지만 아이러니칼 하게도 만질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이 존재는 알고리즘을 무기로 인간을 배터리 삼아 에너지를 쭉쭉 빨아들이고 있다. 무기력한 인간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시작된 지 오래되었지만 이미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networld (망)의 세계.



[알고리즘 자본주의] 신현우/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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