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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례중입니다

한 여름의 예식

by 야식공룡


장례는 도처에서열린다.

죽음은 매 때, 매 장소에서 열고 닫는다. 자신을.


불어난 비 때문에 하천을 벗어나 땅 위에서 숨을 맺어버린 물고기들을 바라보았다. 상황에 따라, 혹은 장소에 따라 때로는 이 작은 물고기들도 어떤 때는 단순한 새나 포유동물의 먹잇감이 아니다.

삶과 죽음의 거리감이 멀어질 때마다, 나는 그 균형을, 적당한 거리감을 잃고싶지 않아서 드문드문 장례식을 구경하고 돌아온다.


아니다. 이미 너무 오래 살아서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는지도.

비오는 날의 장례식은 오히려 칙칙하지 않다. 바깥을 나다니는 사람들도 날씨를 의식해서인지 오히려 옷차림들이 산뜻하기도 하다. 장소를 옮겨서, 이 글을 쓰는 장소는 노천카페다. 시원한 아이스카페라테는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카페인을 보충 해 주고 꿉꿉한 날씨를 어느정도 견딜만 하게 해 준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대화를 나누거나 우산을 쓰고 혹은 들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너무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다보니 생명력이 아주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사람들을.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장례식에 참례했다.

장엄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자연스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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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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