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별
겨울이라는 계절은 스산하고 을씨년스럽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고 낭만 있는 계절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춥고 예민하고 봄만큼이나 유난스러운 계절이다. 그녀가 생각나는 계절은 겨울이다. 우리는 봄과 여름과 가을을 거쳐 겨울 초입에 헤어졌지만 어쩐지, 그녀는 겨울 끝자락 어디쯤을 생각나게 한다.
그 남자는 죽었다. 그날 그녀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그 남자는 29살까지만 살겠다고 때때로 농담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자주는 아니고 어쩌다 더러, 마치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그 남자의 차 안에서 초여름에 이별을 맞이했을 때만 하더라도, 헤어져서 슬프다기보다는 초여름 치고 더운 날씨와 목마름 때문에 짜증이 나서 서둘러 집에 가고 싶기만 했고, 집에 가서 덤덤히 저녁을 먹고, (밥을 새로 짓기가 너무 귀찮아서 부엌에 남은 찬밥에 콩나물 국을 얹고 멸치와 눅눅해진 김 몇 장으로 때웠으며 정말 정말 먹기 싫어서 한 시간도 넘게 밥을 먹느라 힘들었다며) TV를 보다가 울었다고. 뭐 그런 이야기를.
그러고 나서 그 남자는 웬 렌터카 안에서 교통사고로 온몸이 으스러져 죽었다는 것이다. 때때로 그 여자가 그에게 들었던 29살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특별한 사건은 아니다. 사람은 언젠가 죽고,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그에게는, 그저 그날이 그때였을 뿐이다.
그녀가 그 말을 해 주고 난 뒤 얼마 후에 우리는 서서히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만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그녀와 같은 느낌을 가진 여자를 좀처럼 볼 수 없었다. 현재까지는… 아마도 앞으로도.
혹시 그녀를 나중에라도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녀가 마냥 반가울까, 혹시 눈물이라도 날까, 아니면….
(3/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