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mon dieu! 오 마이 갓!
나는 아주 단순하게도 프랑스어가 영어와 철자가 비슷해서 배우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프랑스어는 내 눈에 이미 익숙한 라틴 문자이니까.
프랑스어 알파벳은 영어와 마찬가지로 26개이다. 소리는 좀 다르긴 해도 문장 어순이 비슷해서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내가 프랑스 사람과 '프리토킹' 할 일도 없을 것이고, 난 그저 원문으로 책 읽는 데 사용하고 싶었다. '단어나 조금 외우면 그럭저럭 의미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인은 프랑스어로 말하고 영국인은 영어로 말해도 서로 웬만큼 알아듣는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영어와 조금 다르게 보일 뿐인 이 언어는, 가면 갈수록 머릿속에 엄청난 균열을 만들고 있었다. 지진이 나는 것처럼. 기존의 언어 시스템을 바꿔야 했다. 오랫동안 존재했던 편견을 깨야할 것 같았다. 거부감이 밀려 들어왔다.
예를 들면, '미국인'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American'을 프랑스어로는 조금 다른 'Américain'으로 써야 하며, 발음은 '아메리칸'에서 이제는 조금 다를 뿐인 '아메히꺙'으로 읽어야 했다. 또, 철자 'r'의 발음은 'ㄹ'에서 'ㅎ'으로 바꿔야 했다.
'the United States'의 경우에는 비슷하면서도 단어 위치가 바뀌어있는 'les États-Unis'로 인식해야 했고, 발음은 영어였다면 '레즈 에타 유니'로 읽었을 것을, 이제는 프랑스어 발음으로 '레 제타 주니'로 읽어야 했다. 프랑스어에는 연음이라는 것이 있었다. 앞단어의 자음과 뒷단어의 모음을 붙여서 읽어야 한다.
즉, 단어는 하나인데 'États (에타)'라는 발음과 연음으로 붙였을 때의 's États(제타)'라는 발음을 모두 알고 있어야 했다. 실제로 문장을 들었을 때, 과연 내가 인식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게다가 프랑스어는 'Unis(유니)'와 's États(제타)'의 단어 순서가 영어와 달랐다. '왜 영어와 순서가 다른 걸까?'
모든 궁금증은 결국, 나에게 'O my god!'으로 마무리되어 돌아왔다. 이 경우 프랑스어로는 'O mon dieu!'라고 쓰는데, 발음은 재미있게도 '오몽더'라고 한다. 이렇게 콧소리가 들어가면 프랑스어 같다는 느낌이 든다. 'mon'은 '나의'라는 뜻이고, 'dieu'는 '신'이라는 뜻이다.
예전에 국내의 그룹 블랙핑크의 가수 '제니'가 프랑스 TV 토크쇼 'Quotidien(꿔띠디엔)'에 출연했었다. 사회자가 프랑스어 중에 아는 말이 있냐고 묻자, 제니는 "몽듀, 몽듀(mon dieu, mon dieu)"라고 말했다. "어머나, 세상에"라는 뜻이다. 프로그램을 마치며 제니는 "메흑시 보꾸 들랑 비타시옹!(Merci beaucoup de l'invitation!)"라고 프랑스어로 말했는데, 이 말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출처: https://www.youtube.com/@QuotidienTMC.Jennie, star de K-POP, lance sa carrière solo>
나는 다른 나라의 언어에 '왜 그렇게 하지?'라고 속으로 질문이 많았다. 그럴 때면 외국어는 이렇게 말한다. "원래 그렇게 해 왔다"라고. 그래도 다행이라며 "언어에 규칙은 조금 있다"라고 나를 위로해 준다.
"영국 해군은 수많은 상선과 선원의 자발적 도움을 얻으며 영국군과 연합군을 태우려고 전력을 다했습니다. 총 220대의 소형 전함과 650대의 배가 동참해 펼친 작전은 지형이 험난한 해안에서 악천후를 견디고, 빗발치듯 쏟아지는 폭탄과 집중포화를 퍼붓는 대포 공격을 헤쳐나가며 불리한 형세를 견뎌야 했습니다. (...) 우리 병사들은 위험천만한 바다를 몇 번씩 오가면서 병사들을 구조해 냈습니다."
-1940년 6월 일명 '덩케르크의 기적' 이후에 행해진 영국 수상 처칠의 연설-
<출처: 1페이지 세계사 365. 저자 심용환. 펴낸 곳 빅피시. 384p>
2차 세계대전 중, 독일부대가 프랑스에 쳐들어오자,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프랑스의 항구도시 덩케르크에 포위된다. 하지만, 영국해군과 일반 상선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영화 <덩케르크>의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앳되고 젊은 군인이 땅바닥에 엎드려 있고, 하늘에서는 폭탄들이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그리고 지금 나도 비슷하다. 나는 언어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었다. 미래의 내가 와서 한 마디 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래, 너도 앞으로 그 폭탄들을 다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