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들이 나약한 것이죠.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하고 주연한 영화 <스타 이즈 본(스타 탄생) 2018>은 톱스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이 무명가수인 엘리(레이디 가가)를 스타로 만드는 이야기이다. 브래들리 쿠퍼는 미국 배우이지만 프랑스어도 잘한다. 그는 프랑스 TV 토크쇼 Quotidien(꿔띠디엔)에 출연하여 자신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프랑스어로 나누었다.
주인공 잭슨은 능력 있고 인기 있는 가수이지만, 영화 OST 'Shallow(얕은)'의 뜻처럼 마음이 '바닥'에 있었다. 엘리를 스타로 만들었음에도 시종일관 우울했다. 엘리 또한 자신의 외모 때문에 좀처럼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Quotidien의 사회자는 스타들의 이러한 우울함에 대해 질문했고, 브래들리 쿠퍼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Est-ce que toutes les stars sont fragiles? (에스크 뚜틀리스타 송 프하질?)"
-스타들은 모두가 그렇게 나약한가요?
"Tous les humains sont fragiles.(툴리주망 송 프하질)"
-인간은 모두가 나약합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QuotidienTMC. Bradley Cooper teste son français avec des phrases que même nous on ne sait pas dire>
'fragile'이라는 단어는 '약한', '(정신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부서지기 쉬운'이라는 뜻이다. 나는 해석할 때 나약함과 우울함 사이를 고민했었다. '스타들이 나약하다'라고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타들이 우울하다'라고 해석해야 더 맞는 것인지, 오랫동안 생각해 봤다. 국내에서도 종종 연예인들이 '극단적 시도'를 하는 안타까운 뉴스를 보고는 하는데, '왜 연예인들은 그렇게 우울함에서 빠져나오기 힘든가요?'라고 묻는 것 같았다.
이 프랑스어 'fragile'은 영어로도 'fragile'인데, 2024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작품소개에서도 발견했다.
The Nobel Prize in Literature for 2024 is awarded to the South Korean author Han Kang,
“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
-2024년 노벨 문학상은 한국의 작가 한강이 수상하게 되었는데,
"긴장감 있는 시적 문장을 통해서 역사적인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하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출처: https://www.nobelprize.org/prizes/literature/2024/press-release>
내가 대학에 입학하고 굉장히 들떠서 학교에 다닐 때, 나는 교수님에게 어떤 건의를 했었다. "중요한 것만 말해주세요."라고 시험지 끝에 적어서 제출했다. 주제가 없고 의도를 알 수 없는, 뜬 구름 잡는 수업이 싫었다. 휴학을 한 후, 긴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나에게 한 편지가 배송이 되었는데, "앞으로 당신에게 뭐가 중요한지 말해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아무도 당신에게 중요한 것을 말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당황했다. 나는 이미 '중요한 것들'의 늪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나에게 중요할수록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았다. 사람들과 부딪히다가 내가 부서지고 있었고, 그것은 내가 약하다는 것이 아닌가. '나'라는 인간은 나약했다. 깊게 가라앉았다. 우울해지면서. 도대체 중요하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배우 브래들리 쿠퍼가 모든 인간의 나약함을 지적하고, 작가 한강이 그 나약함을 조곤조곤 시처럼 말할 때, 나는 뭔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있는데, 그것을 한의원에서는 '화병'이라고 했고, 병원에서는 '심장판막역류'라고 했다.